20년 신장 투석에도 미소 잃지 않던 60대, 장기기증으로 새 생명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11일 09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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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석 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한영석 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약 20년간 신장 투석 생활을 하면서도 밝은 모습을 잃지 않던 60대 남성이 장기기증으로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달 10일 고려대 안산병원에서 한영석 씨(69)가 폐장을 기증하고 눈을 감았다고 11일 밝혔다.

한 씨는 지난달 8일 교회 예배를 마치고 귀가하다가 갑작스러운 뇌출혈로 쓰러져 인근 병원으로 급히 옮겨졌다.

병원 도착 당시 한 씨는 기본적인 검사조차 어려운 상태였다. 이후 의료진은 가족에게 회복이 사실상 불가능한 뇌사 추정 상태임을 알렸다.

가족은 상담을 통해 장기기증을 결정했다. 한 씨의 아들은 “아버지께서 이대로 돌아가시는 것을 기다리는 것보단 다른 이들에게 새 생명을 주는 것이 훨씬 가치 있는 일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한 뇌사 장기기증으로 한 명의 생명을 살린 한 씨가 누군가의 몸 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는 마음이 위로가 됐다고 가족은 밝혔다.

한영석 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한영석 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한 씨는 전남 해남에서 9남매 중 여섯째로 태어났다. 음악과 영화, 테니스 등 다양한 예체능을 즐겼다. 오토바이에 두 아들을 태우고 영화관과 피자가게를 함께 다니던 다정한 아버지였다.

한 씨는 약 20년 동안 신장 투석 생활을 했는데 특유의 긍정적인 성격으로 투석 생활을 견뎌왔다고 주변 사람들은 전했다.

간호사로 일하던 한 지인은 “대부분의 투석 환자가 우울함과 고통으로 힘들어하지만 한 씨는 늘 밝은 얼굴로 병원에 들렀다. 정말 대단한 분”이라며 “그렇게 긍정적일 수가 없었다”고 돌아봤다.

한 씨의 아들은 “제주도 여행을 함께 다녀오자고 했지만 결국 못 갔던 것이 너무 마음에 남는다”며 “아버지의 신앙심과 긍정적인 마음을 본받아 더 따뜻하게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한영석 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한영석 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이삼열 원장은 “생명나눔을 실천해 주신 기증자 한영석 님과 유가족분들의 따뜻한 사랑의 마음에 감사드린다”며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기적과 같은 일이 우리 사회를 더 건강하고 밝게 밝히는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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