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리포트] 기후변화가 불러온 ‘러브버그’ 공습
1960년대 먼저 몸살 겪은 美의 예방법
멕시코서 유입 추정… 年 2회 발생
“유전자 실험물” 음모론 퍼지기도… 개체수 줄었지만 방제법 공유 여전
“플로리다대에서 모기 천적을 만들기 위해 유전자 변형 실험을 하다가 탄생한 곤충이 러브버그다.”
플로리다주 등 미국 남동부 지역은 1960, 70년대 러브버그 대발생으로 이미 몸살을 앓았다. 현재 국내 혼란이 심각한 것처럼 당시 미국에서는 플로리다대를 둘러싸고 이런 음모론이 퍼졌다. 그만큼 피해가 컸기 때문이다.
이후 개체수가 감소하며 피해 규모가 줄었지만, 최근까지도 ‘차량에 왁스 칠하기’ ‘물과 세제를 섞어 미리 뿌려두기’ 등 피해를 줄이기 위한 ‘팁’이 공유되고 있다. 노먼 레플라 플로리다대 곤충학과 교수는 지난달 플로리다주 지역 매체를 통해 “러브버그는 식물을 먹는 곤충이고 이빨도 없어서 모기를 잡아먹을 수 없다”며 “아직도 이 음모론을 믿는 이들이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내 붉은등우단털파리(러브버그) 학명은 ‘플레시아 롱기포르셉스(Plecia longiforceps)’다. 미국 러브버그인 우단털파리(플레시아 네아르크티카·Plecia nearctica)와 비슷하지만 미국 개체는 성충이 4, 5월과 9, 10월 등 연 2회 발생한다는 점이 다르다. 미국은 멕시코에서 러브버그가 유입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집 안이나 주거지역에 나타나는 러브버그에 대응하기 위한 방제법이 공유되기도 한다. 미 해충박멸 업체 ‘PMP’는 “러브버그 시즌이 오기 전 차량 외부에 왁스 칠을 해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며 “왁스층은 표면을 매끄럽게 만들어 러브버그가 달라붙기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따뜻한 물과 설거지 세제를 일대일 비율로 섞어 러브버그가 자주 나타나는 곳에 미리 뿌려두면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국내에서는 차량 운전자를 중심으로 “러브버그가 운전 중 앞 유리에 자꾸 달라붙는다”는 목격담이 속출했다. 미국에서도 같은 현상이 벌어졌는데, 미 학계는 러브버그가 연소 배기가스에 이끌리는 특성을 지닌 것으로 보고 있다. 가정에서 잔디깎이 기계를 돌릴 때도 러브버그가 유인되는 현상이 관찰됐기 때문이다.
레플라 교수는 “습지 등 자연에서 발생하는 유기물 분해 가스와 비슷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폭스뉴스는 “배기가스가 러브버그를 유인하기 때문에 도로에서 많이 발견될 수 있다”며 “차량에 러브버그 사체가 달라붙었다면 24시간 내에 떼어내야 러브버그 사체의 산성 성분으로 차량이 손상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내 연구자들도 러브버그를 익충으로 분류하고 있다. 물지 않고 질병을 옮기지도 않으며 유기물 분해와 수분 매개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생물학자들은 러브버그 생태를 흥미롭게 관찰하기도 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지역 매체 아일랜드패킷은 “러브버그의 긴 교미 기간은 생물학자들에게 진화적 측면의 질문을 던졌다”며 “학계에서는 암컷이 다른 수컷과 교미하는 것을 막기 위해 수컷이 암컷에게 바짝 붙어 다니는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