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불황에… 최저임금 인상률, 역대 정부 첫해 두 번째로 낮아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7월 12일 0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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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최저임금 1만320원]
내년 1만320원… 오름폭 2.9% 그쳐
文정부 16.4%-尹정부 5% 인상… 노사 “제2의 IMF위기” 공감대
경사노위 “사회적 대화로 갈등 해결”… 한노총 “저임금 노동자 생계 대책을”

10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 화면에 2026년도 최저임금이 1만320원으로 확정됐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민주노총 소속 근로자위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사용자위원과 한국노총 근로자위원, 공익위원이 합의해 정해졌다. 세종=뉴스1
내년에 적용될 최저임금(1만320원)의 올해 대비 오름폭(2.9%)은 역대 정부 1년 차 최저임금 인상률 가운데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계 및 저임금 근로자의 지지를 얻기 위해 중폭 이상으로 최저임금을 올린 과거 새 정부 첫해와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낮게 결정된 배경에는 내년 경제 사정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깔려 있다. 문재인 정부 때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가 감소했던, 이른바 ‘소주성(소득 주도 성장) 쇼크’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는 공감대도 없지 않았다.

● 역대 정부 첫해 두 번째로 낮은 인상률


이번에 정해진 최저임금 인상률은 김대중 정부 첫해였던 1998년에 결론 낸 2.7% 다음으로 낮다. 당시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이듬해였던 걸 고려하면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경제 상황’이라는 말이 내년도 최저임금에도 적용된 셈이다. 현 경제 상황은 제2의 외환위기라는 게 새 정부 인식이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지금은 제2의 IMF(외환위기)와 같은 어려운 상황”이라며 “민생과 통합 두 가지를 매일매일 (마음에) 새기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역대 정부 첫해 최저임금 인상률은 △김영삼 정부 8% △김대중 정부 2.7% △노무현 정부 10.3% △이명박 정부 6.1% △박근혜 정부 7.2% △문재인 정부 16.4% △윤석열 정부 5.0%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장기 불경기로 어려움을 겪는 영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경영 현실을 고려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인재 최저임금위원장은 “경제성장률 전망치나 소비자물가상승률, 취업자 증감률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올해보다 내년이 경제 상황이 안 좋은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그런 지표들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0.8%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달 발표한 최신 보고서에서 한국 잠재성장률을 1.9%로 추정했다. 2001년 이후 OECD의 한국 잠재성장률 추정치가 2%를 밑돈 건 처음이다. 국세청 국세 통계 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사업자 폐업률은 9.04%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2020년(9.38%) 이후 가장 높았다. 지난해 폐업 신고 사업자(100만8282명)는 사상 처음으로 100만 명을 웃돌았다.

소상공인의 경영 사정이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도 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법정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는 12.5%(약 276만 명)에 달한다. 최저임금 근로자들이 많이 종사하는 숙박·음식점업의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 비율은 지난해 51.3%에 달했다.

● 17년 만 노사 합의, 극단 갈등 돌파구 되나

올해 최임위의 마지막 10차 수정안에서 노동계는 1만430원(4% 인상), 경영계는 1만230원(2% 인상)을 제시했다. 결과적으로 그 중간 수준에서 최저임금이 결정됐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소속 근로자위원들이 기대보다 낮은 인상률에 반발해 퇴장했지만,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막판 사용자위원 측과 합의하며 1988년 최저임금 제도 도입 이후 8번째, 2008년 이후 17년 만에 노사 합의로 최저임금을 결정했다.

최저임금 노사 합의에 성공하면서 극단적 노사 대립이 완화되는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이 위원장은 회의 후 “우리 사회가 사회적 대화를 통해 이견을 조율하고 갈등을 해결하는 저력이 있음을 보여준 성과”라고 자평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관계자는 “앞으로 노동 이슈에 대해 사회적 대화의 비중이 커질 텐데 최저임금 노사 합의는 상당히 좋은 분위기”라며 “극단적 갈등으로 노사정 대화가 어려웠는데 전체 노동시장을 대변할 사회적 대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결정된 최저임금 수준은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비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며 “이재명 정부는 저임금 노동자 생계비 부족분을 보완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용자 측인 경총은 “최저임금 인상이 경영난 심화나 일자리 축소와 같은 부작용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세심한 정책적 보완과 지원을 병행해 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영향을 받는 근로자는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기준으로 약 29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법적으로 최저임금을 보장받지 못하는 배달 노동자 등 비임금 노동자 850만 명에게는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의 상한선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구직(실업)급여, 출산휴가급여 등 다양한 제도에서 예산 지출 및 수당의 기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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