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엽 등 뇌 특정부위에 발생 땐
행동-언어-인지기능에 문제 발생
치매와 증상 비슷해 진단 어려워
수막종, 전체 뇌종양의 35% 차지… 양성이라도 수술 후 추적관찰 필수
인하대병원 신경외과 김경민 교수가 개두술을 통한 종양 제거 수술을 한 환자에게 수술 경과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인하대병원 제공
3, 4개월 전부터 말수가 줄고, 행동이 느려지면서 사람과의 소통을 피하던 정인숙(가명·77) 씨. 정 씨 가족들은 이런 증상을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로 여겼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인지력이 흐려지고, 일상생활도 점점 어려워지는 것을 지켜본 가족들은 어머니가 치매일지도 모른다는 걱정으로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았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전형적인 인지 저하 증상을 근거로 치매 가능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동네 병원에서 진행한 ‘뇌 영상 검사’ 결과는 전혀 다른 원인을 가리켰다. 환자의 왼쪽 전두엽에 5cm 크기의 종양이 자리하고 있었다. 종양은 전두엽을 압박해 심한 부종을 유발했다. 이에 따라 행동, 언어, 인지 기능 전반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소견에 따라 인하대병원을 찾았다.
인하대병원 신경외과 김경민 교수는 정밀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진행을 통해 ‘수막종’을 의심했다. 수막종은 뇌를 감싸는 경막에서 발생하는 종양이다. 전체 뇌종양의 약 35%를 차지할 만큼 흔하다. 특히 60세 이상 여성에게서 발생 빈도가 높으며, 대부분은 서서히 자라며 양성에 속한다. 하지만 뇌의 특정 부위를 압박할 경우 다양한 신경학적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수막종을 1등급부터 3등급까지 세 단계로 분류하고 있다.
이 중 약 90%는 1등급의 양성종양에 해당한다. 나머지는 세포 분열이 활발하거나 재발 위험이 큰 비정형 또는 악성종양으로 구분된다.
수막종은 크기나 위치에 따라 수술이 필요할 때가 있다. 특히 뇌의 기능적 중심부에 위치하면서 환자에게 증상을 유발하는 경우라면 조기 치료가 필수적이다.
김 교수는 정 씨에게 개두술을 통한 ‘종양 제거 수술’을 시행했다. 개두술은 전신마취 후 머리뼈를 절개해 병변에 직접 접근한 뒤, 미세 수술 도구를 이용해 종양을 제거하는 고난도 수술이다. 수술 시간은 평균 3∼5시간이 소요된다. 중환자실에서 의식, 호흡, 출혈 여부 등을 세밀하게 관찰한 뒤 상태가 안정되면 일반 병실로 이동한다.
정 씨의 수술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정 씨는 수술 후 한 달이 지나지 않아 또렷한 언어와 활기찬 행동을 보이며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 치매를 의심했던 가족들은 이런 정 씨의 변화에 크게 기뻐했다.
수막종은 대부분 양성이지만, 수술로 제거한 뒤에도 재발 위험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종양이 뇌 깊숙한 부위에 자리 잡아 수술 중 종양을 남겨 놓은 경우에는 미세한 잔여 조직이 남아 다시 자랄 수 있다. 종양을 모두 제거했다 하더라도 재발할 수 있기 때문에 수술 후에도 6∼12개월간 영상 검사와 외래 진료를 통해 상태를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 씨의 사례에서 보듯 고령 환자의 경우, 행동 변화나 인지 저하 증상이 단순한 노화나 치매로 오인되기 쉽다. 그러나 이런 증상이 신경외과적 질환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조기 진단과 적절한 수술 치료를 통해 완전히 다른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정확한 판단이 환자의 삶의 질을 좌우하는 만큼 보다 폭넓은 진단 접근이 필요하다.
김 교수는 “수막종은 대부분 양성이고 서서히 자라기 때문에 초기에 증상을 알아차리기 어렵다”며 “게다가 일부 전두엽에 발생한 수막종의 경우 증상이 치매나 우울증과 비슷해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조기에 발견해 수술하면 충분히 회복이 가능하고, 환자의 삶의 질도 크게 향상될 수 있다”며 “행동이나 인지 변화가 나타나면 반드시 정밀 검사를 신속히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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