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광산구와 한국농어촌공사는 2020년부터 2023년까지 하남산단 일대 지하수토양오염 조사를 실시했다. 광주시의회 제공
광주 하남산단과 북구 본촌산단 일대 지하수에서 수질 기준치를 넘는 발암물질이 검출돼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광주 광산구에 따르면, 2020년 2월부터 2023년 6월까지 하남산단 지하수 토양오염을 한국농어촌공사에 의뢰해 조사했다. 광주시가 2019년 지하수 관리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오염 기준을 초과한 지점이 확인되자 광산구에 10억 원을 지급해 실태 파악과 대책을 세우도록 한 데 따른 것이다.
조사 결과, 171개 지점에서 심도별로 확보한 지하수 시료 657개 중 184개 시료에서 발암물질인 TCE(트라이클로로에틸렌)와 PCE(테트라클로로에틸렌)가 기준치를 초과했다. 농도가 높은 지역을 5곳으로 구분해 조사했는데, 3곳에서 기준치의 466배가 넘는 TCE와 284배가 넘는 PCE가 각각 검출되었다. TCE는 금속공업 부품 세정제, 접착제 첨가제, 페인트 제거제, 세정용제, 농약 등에 사용되며, PCE는 드라이클리닝, 금속 부품 세정제 등에 이용된다. 이들 물질은 유독성 발암물질로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오염이 확인된 5곳은 오래전부터 금속가공, 전자부품 제조, 도금 등 업체들이 입주해 있었다.
조사 보고서는 오염된 일부 지하수가 주거지역을 거쳐 풍영정천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오염물질이 주거 지역으로 확산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광산구는 2023년 7월 이런 결과 보고서를 받고 2년 동안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사과했다. 박병규 광산구청장은 “2023년 하남산단 지하수 토양오염 용역조사 결과가 나왔지만 신속하게 적극 대응하지 못했고 이런 사실을 알리는 데 소홀했다”며 “하남산단 노동자, 인근 주민들에게 걱정을 안겨준 것에 사과한다”고 밝혔다. 박 구청장은 이어 “수완지구 주거지역 내 5곳을 검사한 결과 수질 기준이 초과된 1곳의 지하수 사용을 즉시 중지시켰다”며 “하남산단, 장덕동 일부에서 지하수를 공업용, 농업용, 청소용수, 조경 등 생활용수로 쓰고 있는데 2021년 이후 TCE, PCE는 검출되지 않았거나 기준치 이하였다”고 덧붙였다. 광산구는 전문가, 환경단체 등이 참여하는 팀을 구성해 오염 확산을 막고, 정화 대책을 강구하는 등 종합적인 대응 체계를 운영할 방침이다.
광주 북구 본촌산단 일대에서도 발암물질이 검출되었다. 북구는 2019년 12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한국농어촌공사에 의뢰해 본촌산단 일대에서 지하수·토양 오염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총 43개 지점 중 14곳에서 TCE 항목이 기준치를 초과했다. 일부에서는 TCE가 수질 기준치 9~11배에 달하는 수치가 검출되기도 했다. 지하수 오염은 본촌산단이 조성된 이후 관련 법령이 마련되기 전인 1980∼1990년대에 사용된 TCE 등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북구는 본촌산단 정화 사업을 위해 광주시에 재정 지원 54억 원을 요청하며 환경부에 문의하는 등 자구 노력을 했다. 박수기 광주시의원은 “광주시가 지하수 관리 계획을 수립해 광산구가 지하수 용역을 진행한 만큼 총괄 권한과 책임은 광주시에 있는 것 아니냐”며 “시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우선하는 행정은 없는 만큼 긴급 대응 체계를 가동하고 정화 예산 150억 원 확보 및 오염 확산 방지에 착수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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