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 대구서 감성 여행] 한여름 밤 대구, 즐길거리 가득
앞산 전망대, 파노라마 뷰 인기
83타워에선 팔공산-낙동강 조망
야시장서 향토 음식 먹는 재미도
대구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형태 덕분에 불빛이 별처럼 흩뿌려진 도시의 전경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여름 밤 대구 도심의 야경을 즐기려는 방문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대표적 야경 명소 앞산 전망대
앞산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대구 도심 야경. 대구시 제공
앞산 전망대는 한국관광공사의 도심 야경 명소로 선정된 곳이다. 앞산공원 케이블카나 등산로를 통해 산 정상에 오르면 전망대에 갈 수 있다. 어른 10여 명이 나란히 서서 대구 시내 풍경과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이곳의 도심 야경은 한 폭의 그림 같다. 동쪽으로는 범어네거리와 수성못의 불빛이, 서쪽으로는 서대구 나들목(IC)과 산업단지의 불빛이 이어진다. 특히 대구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신천과 달구벌대로의 불빛이 강처럼 흐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야경을 좋아하는 사진가들이 즐겨 찾는 이유도 바로 이 탁 트인 파노라마 뷰 때문이다. 계절과 날씨, 시간대마다 색이 달라져 매번 새로운 느낌을 준다. 매년 약 30만 명이 이곳을 찾는다.
앞산 전망대의 마스코트인 토끼 조형물.소원 성취를 바라는 문구가 적힌 달 토끼 조형물은 전망대의 마스코트다. 이곳 키오스크를 활용하면 대구 사투리 퀴즈 등 문화 콘텐츠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다. 또 스마트폰으로 바코드(QR코드)를 찍으면 전망대에서 대구 관광 명소 12곳을 드론(무인비행장치)으로 촬영한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앞산 전망대 둘레길도 인기다. 은은한 조명 아래서 산책을 즐기다 보면 도시가 내뿜는 열기와 분주함이 서서히 잦아든다. 고요 속에 번쩍이는 불빛은 위안처럼 다가온다. 대구 시민들에게 연인과의 데이트 코스로도, 혼자만의 사색을 위한 공간으로도 사랑받고 있다.
앞산 능운정은 방문객들이 앞산의 역사를 이해하고 흥미를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고려 태조 왕건(877∼943)은 927년 9월 팔공산에서 후백제 견훤과의 치열한 전투 끝에 패한 뒤 앞산으로 몸을 숨겼다. 앞산의 고산굴과 은적사, 안일사 등에는 왕건이 머문 흔적이 남아 있다.
능운정에서 앞산 전망대 방향으로는 쉼터 7곳이 조성돼 있다. 산행으로 지친 몸을 잠시 달래고 가을 하늘을 바라보며 주변 풍광을 감상하기에 적당한 장소들이다. 야간에는 쉼터 곳곳에 설치된 경관 조명이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앞산에는 관광 인프라가 꾸준히 늘고 있다. 앞산 하늘다리와 빨래터공원이 대표적이다. 하늘다리는 앞산순환도로를 가로지르는 첫 경관 교량이다. 이곳에 설치된 하트 모양 조형물은 사진 찍기 좋은 장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노을을 감상할 수 있는 인근 해넘이 전망대와 함께 야간 경관 명소로 자리 잡았다.
조재구 대구 남구청장은 “앞산의 경관과 도심 야경은 이제 힐링 명소로 자리 잡았다. 단계별 관광 기반 확충 사업을 잘 마무리해 전국 관광객을 유치하는 한편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구의 명물 야시장
대구 서문시장 야시장을 찾은 방문객들이 음식을 구입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대구 서문시장은 400년이 넘는 전통을 지닌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시장 중 하나다. 특히 2016년 문을 연 ‘서문시장 야시장’은 대구 관광의 필수 코스다. 해가 지면 화려한 불빛 아래 80개가 넘는 포장마차가 줄지어 들어서며 낮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야시장은 대구 시민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시장 특유의 활력과 정겨움이 가득하다. 전통시장 살리기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조성된 이 야시장은 대구를 대표하는 야간 명소로 성장했다.
서문시장 야시장의 가장 큰 매력은 먹거리다. 떡볶이, 닭강정, 전통 순대국밥 같은 향토 음식부터 대만 지파이(닭튀김), 일본식 타코야키, 태국식 똠얌국수 등 세계 각국의 음식들이 한데 모여 있다. 방문객들은 마치 글로벌 푸드 페스티벌에 온 듯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다양한 메뉴를 조금씩 사 먹으며 골목을 거니는 재미가 쏠쏠하다. 매대마다 친절한 상인들의 설명과 서비스도 인기 요인이다. 서문시장 야시장은 단순한 먹거리 장터를 넘어 미식 체험의 장으로 진화했다.
먹거리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서문시장 야시장에는 밤마다 열리는 거리공연, 마술쇼, 전통악기 연주 등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시장 곳곳에 설치된 포토존은 화려한 조명과 특색 있는 디자인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증 사진 명소다.
서문시장 야시장은 대구 지하철 3호선 서문시장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로 접근성이 좋은 편이다. 금·토요일은 오후 7시부터 11시 반까지, 일요일은 오후 7시부터 10시 반까지 운영된다. 매주 월∼목요일은 쉰다. 방문객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붐비는 만큼 조금 일찍 도착해 자리를 잡는 것도 팁이다.
대구의 오랜 전통시장 가운데 하나인 칠성시장도 최근 ‘야시장’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1940년대부터 이어져 온 칠성시장은 대구 최대의 청과물 도매시장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시대 변화와 유통 환경 변화로 침체를 겪었다. 이런 흐름을 극복하고자 2023년부터 시작한 칠성시장 야시장은 밤이 되면 시장 골목을 화려하게 수놓으며 새로운 관광·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역 상권을 살리고 젊은 세대와의 접점을 찾으려는 실험을 본격화한 것이다.
칠성시장 야시장의 매력은 ‘지역색’을 살린 먹거리다. 대구 명물인 납작만두, 따끈한 육개장, 칠성시장 상인들이 직접 개발한 닭불고기 꼬치 등 지역 전통 맛을 재해석한 메뉴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동시에 청년 상인들이 운영하는 수제버거, 멕시코식 타코, 베트남 쌀국수 같은 글로벌 메뉴도 함께 선보이며 다양한 입맛을 사로잡는다. 기존 시장 상인과 청년 창업팀이 협력해 메뉴를 기획하고 품질을 높인 점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칠성시장 야시장은 지역 상인과 청년 창업자가 함께 운영한다. 야시장 부스 운영권을 기존 상인과 청년 팀이 나눠 갖도록 설계하고 수익금 일부를 시장 환경 개선에 재투자한다. 대구시는 이 모델을 ‘전통시장 활성화’의 대표 사례로 소개하고 있다.
칠성시장 야시장은 대구 지하철 1호선 칠성시장역에서 걸어서 3분 거리다. 금·토요일은 오후 6시부터 11시 반까지, 일·월·목요일은 오후 6시부터 10시 반까지 운영한다. 매주 화·수요일은 쉰다. 주말에는 방문객이 많다. 대구 여행 계획이 있다면 서문시장 야시장과 함께 묶어 둘러보는 것도 좋다. 전통시장 특유의 따뜻한 정서와 야경, 맛있는 음식, 살아 숨 쉬는 지역 문화를 한자리에서 경험할 수 있는 칠성시장 야시장은 이제 대구 밤 여행의 필수 코스가 됐다.
대구를 상징하는 83타워
야간 조명이 켜진 83타워 옆에서 불꽃놀이가 펼치지고 있다.대구 달서구 두류공원에 우뚝 솟은 83타워는 지역을 대표하는 상징물 가운데 하나다. 옛 이름인 ‘대구타워’ ‘우방타워’를 포함해 1995년 개장 이후 몇 차례 리모델링을 거쳐 지금의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타워 꼭대기가 83층이라 지금의 이름이 붙여졌다.
이곳 엘리베이터는 1초에 3.2m를 올라간다. 타워 꼭대기에는 대구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와 스카이라운지가 있다. 과학관, 기획전시관, 푸드코트도 함께 운영 중이다.
83타워를 품고 있는 대구의 야경도 좋지만 직접 이곳에서 아름다운 야경을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대구 전역은 물론 멀리 팔공산과 낙동강까지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는 명소다. 사방이 통유리로 돼 있어 시야가 막힘 없이 트인다. 특히 일몰 무렵에는 붉게 물든 하늘과 대구 도심의 야경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전망대에는 회전 레스토랑도 있어 식사를 즐기며 서서히 변하는 대구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프러포즈 장소나 기념일 데이트 코스로도 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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