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 기회 미뤘다”…20년 투석 환자, 신장이식으로 새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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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년 7월 17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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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성모병원, 항체 생긴 ‘고도 감작’ 환자 재이식 성공
올해 4월 수술…이식 3개월째, 합병증 없이 안정 찾아

50대 말기 신부전 환자가 고도 감작으로 재이식이 어려운 힘든 상황을 이겨내고 두 번째 신장이식 수술로 건강을 되찾고, 서울성모병원 신장내과 정병하 교수에게 뜨개질로 만든 카네이션 꽃다발을 전하고 있다(서울성모병원 제공)
50대 말기 신부전 환자가 고도 감작으로 재이식이 어려운 힘든 상황을 이겨내고 두 번째 신장이식 수술로 건강을 되찾고, 서울성모병원 신장내과 정병하 교수에게 뜨개질로 만든 카네이션 꽃다발을 전하고 있다(서울성모병원 제공)
한 차례 신장이식을 받았던 50대 여성이 항체로 인한 거부반응 위험 속에서도 7번의 기회를 미룬 끝에 두 번째 이식에 성공했다. 이식 후 건강한 상태로 회복한 환자는 의료진에 감사 편지를 전하며, 기다림의 시간 끝에 다시 삶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17일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은 장기이식센터를 통해 20년 가까이 혈액투석을 받아온 여성 환자 경 모 씨가 지난 4월 뇌사자 신장을 기증받아 두 번째 이식 수술을 받았다고 밝혔다. 경 씨는 수술 3개월이 지난 현재 이식 신장 기능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경 씨는 20대 초반 말기 신부전 진단을 받고 장기간 혈액투석 치료를 받았다. 1999년 첫 신장이식을 통해 평범한 일상을 기대했지만, 이식 7년 만에 거부반응이 발생하면서 다시 투석 치료를 시작해야 했다.

이후 체내에 신장에 대한 항체가 형성되는 ‘고도 감작’ 상태에 들어가며 재이식이 어려운 상황이 이어졌다. 실제로 장기 대기자 순번이 와도 항체로 인한 급성 거부반응 가능성 때문에 수술 기회를 7번이나 넘겨야 했다.

경 씨는 기약 없는 대기 기간 동안 뜨개질을 하며 마음을 붙잡았다. 조카를 위한 모자와 장갑, 어머니 생신선물로 만든 식탁보까지 손수 만든 소품들을 주변에 나누며 긴 투석 치료를 견뎠다. 의료진도 항체 반응에 대한 정밀 분석과 대비책을 마련하며 “기회가 오면 반드시 잡을 수 있다”고 격려했다.

올해 4월, 유전자형이 비교적 잘 맞는 뇌사자 공여자가 나타났고, 항체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식 전 항체 주사 등 예방 치료를 진행한 뒤 수술이 이뤄졌다. 경 씨는 수술 2주 만에 퇴원했고, 3개월이 지난 현재 거부반응이나 합병증 없이 일상을 회복하고 있다.

그는 병원에 보낸 편지에서 “저에게 두 번째 기회는 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다시 한번 소중하고 아름다운 꽃을 선물 받게 됐다”며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경 씨를 오랜 기간 진료해 온 정병하 서울성모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투석 기간이 길어질수록 혈관 석회화 같은 합병증으로 이식 자체가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은데, 환자분은 철저한 식이조절과 자기관리를 해왔기에 좋은 기회를 지킬 수 있었다”며 “생명을 나눠주신 뇌사자와 유가족께 깊이 감사드리며, 지금도 투석 치료를 견디며 이식 순서를 기다리는 환자들에게 희망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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