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공장 일 못한다고 가혹행위
5개월만에 제보… 사장-기사 등 사과
李대통령 “눈 의심, 인권침해 엄단”
스리랑카 출신 30대 이주노동자가 올 2월 전남 나주의 한 공장에서 지게차 화물에 비닐로 묶인 채 옮겨지는 모습. 동료 이주노동자들이 이를 동영상으로 촬영했다.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제공
“정말 수치스러웠습니다.”
24일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가 전남 나주시청 앞에서 연 ‘이주노동자 인권유린 규탄 기자회견’에서 스리랑카 출신 이주노동자 A 씨(31)는 “몸과 마음을 다쳤다. 악몽을 빨리 잊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2월 나주의 한 공장에서 지게차 화물에 결박당한 채 화물과 함께 옮겨지는 일을 겪었다. 지게차를 운전한 한국인 기사 B 씨는 A 씨에게 “잘못했냐”, “잘못했다고 해야지”라고 말하며 조롱했다. 이 같은 상황은 동료 이주노동자들이 촬영한 동영상에 고스란히 담겼다.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는 A 씨와 함께 해당 영상을 공개하며 인권유린 행위를 규탄했다. A 씨에 따르면 사건은 2월 26일 나주의 한 벽돌공장 사업장에서 벌어졌다. 당시 근무 3개월 차였던 A 씨에게 B 씨는 “동료 스리랑카 노동자들을 잘 가르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동료들이 작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자, B 씨는 A 씨를 흰색 비닐 랩으로 벽돌에 결박한 뒤 화물처럼 지게차로 들어 올렸다. 이런 가혹 행위는 약 30분 동안 이어졌다. A 씨는 공포와 수치심 속에서 B 씨가 묻는 질문에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A 씨는 5개월 더 일하다 더는 참지 못하고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에 피해 사실과 영상을 제보했다. A 씨에 따르면 또 다른 한국인 간부도 상습적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A 씨는 “(한국인 간부가) 사업장에서 왕처럼 군림했다”고 했다. 해당 공장에는 A 씨를 포함해 스리랑카, 동티모르, 중국 출신 이주노동자 10여 명과 한국인 3∼4명 등 총 22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A 씨는 “이 같은 인권유린에 대해 회사의 사과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지게차 기사와 회사 간부, 사장 등 3명은 A 씨를 찾아와 사과했다. 이날 생일을 맞은 그는 “단골 식당 주인이 생일상을 차려줬다”며 “한국에서 성실히 일하고 싶다. 돈을 모아 고향에 있는 약혼녀와 결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는 정부에 이주노동자 인권침해 실태 조사를 촉구하고, 영상을 통해 확인된 가해 노동자들을 조만간 경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영상을 보고 눈을 의심했다”며 “세계적 문화 강국이자 민주주의 모범 국가에서 벌어진 일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권침해를 엄단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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