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는 못 있지만 살 것 같아요”…폭염 속 ‘이동노동자’의 소중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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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0명 넘는 발길 몰리는 ‘북창쉼터’
서울시, 이동노동자 쉼터 21곳 운영 중

31일 오후 2시쯤 서울 중구 북창동 북창쉼터에서 쉬고있는 이동노동자들 모습
31일 오후 2시쯤 서울 중구 북창동 북창쉼터에서 쉬고있는 이동노동자들 모습
31일 오후 2시쯤 서울 중구 세종대로 14길 한쪽에 위치한 ‘북창쉼터’의 문은 수도 없이 열렸다 닫힌다. 북창쉼터는 배달 기사, 퀵서비스, 대리운전기사 등 고정된 사업장이 없는 ‘이동노동자’들이 연일 40도 가까이 치솟는 폭염 속에서 잠시 땀을 식히기 위해 들렀다 가는 곳이다.

“오래는 못 있지만 그래도 살 것 같아요”

15년째 퀵서비스를 하는 김현정 씨는 쉼터를 ‘여름엔 생존에 가까운 공간’이라 표현했다. 하루 평균 두 번 정도 들른다는 그는 “콜 받으면 바로 나가야 하니깐 오래는 못 있어요. 근데 이렇게라도 한 번 들르면 다시 일 할 수 있거든요. 한 20~30분만 있다가 나가면 좀 괜찮아져요”라고 말했다.

지하철 꽃배달 택배 기사로 2년 넘게 일해온 김성진 씨(80)는 “여름엔 꽃바구니를 들고 다니기만 해도 땀이 줄줄 납니다”라며 “그래도 여기 들어오면 시원한 바람이 불고 생수도 있어서 살 것 같아요”라고 했다.

쉼터 내부 한쪽 벽면은 이동노동자들의 흘린 땀을 채워줄 생수로 가득 차 있었다. 책상 위에는 탈수 증상을 예방할 수 있도록 식염포도당도 놓여 있었다.

양용민 북창쉼터 운영위원은 “혹서기에는 생수 수요가 워낙 많아서 하루에 하나씩만 드릴 수밖에 없다”며 “식염포도당도 비치해서 탈진을 막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늘 없는 노동자를 위한 유일한 공간”

서울시가 ‘서울노동권익센터’에 위탁해 운영하는 북창쉼터는 퀵·대리·택배 노동자뿐 아니라 가사·돌봄노동자, 방문검침원, 보험모집인, 학습지교사, 프리랜서 등 고정 사업장 없이 옥외에서 일하는 노동자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간이다.

운영시간은 평일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8시까지며, 특히 가장 붐비는 시간대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다. 혹서기엔 하루 평균 100명 이상이 방문하며, 지난 6월 기준 누적 이용 실적은 9745명에 달한다.

이곳의 가장 큰 의의는 단순한 휴게 공간을 넘어, 야외에서 이동하며 근무하는 취약노동자의 ‘휴식권’과 ‘건강권’을 보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법률·세무 상담 등 권익 보호 서비스도 함께 제공된다.

양 위원은 “이동노동자들은 고정된 사업장이 없다 보니 더위나 추위에 그대로 노출된다”며 “그래서 저희가 운영하는 이 쉼터는 그분들에게 유일한 안전지대 같은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서울시에는 북창 등 거점형 4곳, 지하철 역사 2곳, 간이쉼터 15곳 등 총 21곳의 이동노동자 쉼터가 운영 중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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