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여권으로 폰 개통” 가리봉동에 중국어 광고판 버젓이…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8월 1일 15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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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유튜브에 포착…경찰 실태조사 착수

(유튜브 ‘워크돌’ 갈무리)/뉴스1
(유튜브 ‘워크돌’ 갈무리)/뉴스1
서울 한복판에 내걸린 불법 유심 판매 광고가 유튜브 예능을 통해 우연히 드러나며 논란이 일고 있다. 체류 기간이 지난 불법 체류자의 여권을 통해 대포폰을 개통하는 방식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도 불법 유심 개통을 위한 외국인 명의 거래 광고가 넘쳐나고 있어 관련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유튜브 통해 드러난 ‘불법폰’ 광고

불법 유심 광고 논란은 지난달 24일 한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서 시작됐다. 아이돌 그룹 ‘빌리’의 멤버 츠키가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일대를 순찰하는 체험을 하는 과정에서 한 휴대폰 대리점 매장에서 중국어로 ‘불법 여권으로 카드 개통(非法护照开卡)’이라는 문구가 노출됐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한자 ‘卡’는 카드만을 뜻하지만, 휴대전화 대리점에 걸린 광고라는 점을 생각할 때 대포폰에 사용되는 불법 유심카드임을 유추할 수 있다. 영상이 게재된 이후 중국어를 할 줄 아는 네티즌 등에 의해 논란이 일자 경찰은 업체를 직접 방문해 문제가 된 광고판을 직접 떼어냈다. 현장에서 직접 불법 행위나 피해가 확인되지 않아 수사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1일 직접 찾아간 가리봉동 현장에서도 문제가 된 광고는 이미 제거돼 있었다. 구로동, 대림동 일대에 있는 32개 업체에도 비슷한 광고를 찾아보긴 어려웠다.

다만 여전히 불법 개통 휴대전화를 찾는 이들이 있다고 했다. 구로동의 한 대리점 직원은 “가끔 불법체류자 몇 명이 찾아와 휴대폰 개통을 문의한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도 명의 거래

불법 신분증을 통한 휴대전화 개통 시도는 온라인에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동아일보가 텔레그램, 웨이보(중국 SNS) 등 온라인에 ‘외국인 여권 판매’, ‘여권 판매’ 등을 검색해본 결과 ‘외국인 여권 팝니다’, ‘XX(지역명)외국인명의거래’ 등의 문구로 불법 여권 거래가 이뤄지고 있었다. 해당 광고에는 ‘비대면으로 대포폰 개통 가능’이라는 문구도 있었다. 불법으로 거래한 여권으로 대포폰을 개통하려는 이들을 노린 광고였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상 유효하지 않은 신분증으로 통신 서비스를 개통하거나 이를 알선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위조 여권 소지 등도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5월 광주지법에선 텔레그램을 통해 외국인 개인정보 유통업자로부터 여권사진 파일을 내려받아 대포폰을 개통한 2명이 각각 1년 8개월, 1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이동통신사 측은 불법 유심 적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통사 유통은 이통사와 직접 계약을 맺은 통신사 대리점과 대리점과 계약을 맺은 판매점으로 나뉘는데, 판매점의 일탈은 이통사가 아닌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가 담당하고 있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

경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불법 여권을 통한 대포폰 개통 단속에 나섰다. 1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구로경찰서는 지난달 28일부터 관내 모든 통신 대리점을 대상으로 현장 점검 및 첩보 수집 등을 통한 실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조사 결과 위법한 행위가 확인될 경우 본격적인 수사로 전환하기로 했다.
#불법 유심#대포폰#외국인 명의 거래#불법 체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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