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시 지면과 가까운 어린이·노인은 체감온도가 최대 11도 높다. 복사열과 습도까지 겹치면 위험해 주의가 필요하다. 게티이미지뱅크
폭염 속, 어린이와 밭일하는 노인처럼 지면에 가까운 위치에 있는 사람일수록 더위에 더 민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높이 1.5m 이하에서는 땅에서 올라오는 복사열의 영향을 직접 받게 돼, 같은 시간·장소에서도 체감온도가 훨씬 더 높게 나타났다.
■ 풀밭보다 도로가 더 덥다…장소 따라 최대 4도 차이
기상청이 11일 공개한 지난해 여름 도심 도로 기온 측정 결과에 따르면, 지면에서 1.5m 높이의 기온은 34.3도였으나 도로 노면 온도는 무려 45.5도에 달했다. 두 지점 간 온도 차이는 11.2도였다.
이처럼 노면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는 이유는 아스팔트와 시멘트처럼 어두운 재질의 도로 표면이 햇볕을 빠르게 흡수하고 열을 저장하기 때문이다. 흙이나 풀로 덮인 지면보다 뜨거워지는 속도도, 온도도 더 높다.
기온은 높이뿐 아니라 장소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같은 시각, 도심 도로에서 측정한 기온은 인근 녹지보다 평균 3.1도 높았고, 최대 4도 가까이 차이 나기도 했다.
여기에 습도까지 더해지면 체감온도는 훨씬 더 올라간다. 기온이 36도이고 습도가 70%에 달할 경우, 바람 등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체감온도는 37도 가까이 된다. 습도가 높으면 땀이 증발하지 않아 열 배출이 어렵기 때문이다.
■ 스스로 말 못 해 더 위험한 더위…취약층 살피는 눈 필요
이러한 환경에서 특히 취약한 집단은 키가 작은 어린이와 땅바닥 가까이서 일하는 노인이다. 어린이는 열을 쉽게 흡수하는 데다, 체온 조절 기능이 아직 미숙하다. 노인은 나이 들며 땀샘이 줄어들고, 땀 배출 능력도 떨어져 체온 조절이 어렵다.
질병관리청은 “노인과 어린이는 스스로 상태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주변에서 수시로 상태를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두통, 어지럼증 등 온열질환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체온을 낮추고 병원에 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주말까지 폭염이 이어질 것으로 예보된 가운데, 밭일이나 야외 노동을 해야 할 경우 낮 2시부터 5시 사이에는 무리한 활동을 삼가고, 그늘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권장된다.
김수연 기자 xunnio4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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