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이 ‘평양 드론 작전’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시행했던 지난해 9월~12월 사이에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과 보안 휴대전화인 비화폰으로 20여 차례 가까이 통화한 사실이 특검에 포착됐다. ‘평양 드론 작전’을 사후에 은폐하는 과정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여 전 사령관이 작전 기획 단계부터 관여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특검은 여 전 사령관을 비롯한 육군 비선 조직이 ‘평양 드론 작전’을 통해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려는 계획을 세웠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조만간 여 전 사령관을 불러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 여인형-김용대 작전 전후 20여 차례 통화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김 사령관이 지난해 9월부터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당일까지 여 전 사령관과 보안 휴대전화인 비화폰으로 20여 차례 통화한 ‘비화폰 통신 기록’을 확보해 수사 중인 것으로 10일 알려졌다. 김 사령관과 여 전 사령관이 3개월여간 20여 차례 통화한 내역이다.
특검은 김 사령관과 여 전 사령관이 교신했던 지난해 9월 무렵 드론사가 ‘평양 드론 작전’ 계획이 담긴 ‘V 보고서’를 용산 대통령실에 보고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은 복수의 드론사 관계자들로부터 “(지난해) 가을쯤 김 사령관이 ‘보고서를 여러 부 출력해 용산에 보고한다’고 했다”거나 “‘비화폰으로 할 수준의 보고가 아니라서 대면보고하러 간다’고 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드론사가 내부에서 구체적인 작전 계획을 마련해 용산 대통령실에 보고했던 시기에 김 사령관이 비화폰으로 여 전 사령관과도 활발히 교신했다는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평양 드론 작전’이 진행되던 지난해 11월 5일 휴대전화에 적은 메모에는 ‘적의 여건 조성한다’ 등 이른바 북풍 공작 유도로 해석될 수 있는 내용이 담겨있다.
특검은 군 관계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드론사) 방첩부대 관계자가 ‘드론 북파 계획’을 지난해 6월 전후 알고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해 진위를 확인하고 있다. 이 진술이 사실이라면 드론사가 지난해 6월 ‘기획팀’을 꾸려 비밀리에 ‘평양 드론 작전’을 기획하던 시기부터 이미 방첩사가 작전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던 셈이다.
● 공군-해군에는 통보 않고 ‘방첩사’와 교신
특검은 김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과는 활발히 교신한 반면 당시 공군, 해군 등 군 내부 유관기관에는 적법한 통보를 하지 않고 작전을 강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사령관이 ‘평양 드론 작전’ 기획 단계에서 합참에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합참 패싱 의혹’도 특검의 수사 대상이다. 지난해 6월 전후 드론사 내부에서 작성된 ‘V 보고서’ 건의사항란에는 “정전협정 위반이 문제 될 텐데 합동참모본부와 논의해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실무진의 의견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여 전 사령관과 김 사령관이 육군사관학교 48기 동기인 만큼 공식 지휘계통 외에 ‘비선 보고’가 이뤄졌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 전 사령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충암고 동문이기도 하다. 윤 전 대통령의 공소장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삼청동 안가에서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 여 전 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과 모임을 했고, 여기서 김 전 장관이 “이 4명이 대통령께 충성을 다하는 장군”이라고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 전 사령관 측은 앞서 특검 조사에서 “드론사 작전이라 아는 바가 없고 관련 보고를 받은 적 없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특검은 여 전 사령관이 ‘평양 드론 작전’을 사후 은폐하는 과정에 가담한 정황도 포착해 수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우리 군이 북한 방향으로 날려보낸 드론이 연천 일대에 추락했는데, 당시 여 전 사령관이 “아군기”라는 첩보 보고를 받은 뒤 “보고 문건을 폐기하고 관련 내용을 일절 보고하지 말라”고 지시한 정황을 포착한 것. 당시 방첩사가 “드론사 보유 기체가 맞다”는 확인을 받은 뒤 현장에서 기체와 채증 자료를 단독 수거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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