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잡기 운동’에 멸종 위기, 붉은여우 30마리 소백산 방사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8월 11일 10시 41분


코멘트
동아DB
야생동물 멸종위기 종인 붉은 여우 30마리가 소백산 일대에 방사된다. 붉은 여우는 국내 전역에서 볼 수 있었지만 1970년대 쥐잡기 운동으로 쥐약 등 독극물에 중독되면서 개체 수가 급감해 자취를 감췄다.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공단은 올해 붉은 여우 30마리를 방사할 예정이라고 최근 밝혔다. 이번에 방사되는 여우는 대부분 지난해 태어난 새끼 여우들이다. 방사 과정에서 여우가 받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소백산 환경에 천천히 적응할 수 있도록 출입문을 개방해 자연스럽게 시설 밖으로 나가는 형태로 방사가 진행된다. 출입문 개방 이후 모든 여우가 완전히 시설 밖으로 나가기까지는 열흘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국립공원공단은 2012년부터 여우 복원사업을 벌여왔다. 2013~2018년에는 복원사업으로 태어난 여우가 연평균 2.5마리 정도였지만 2019년 이후에는 연평균 33마리로 크게 늘었다. 공단은 “독립된 공간을 조성해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암컷과 수컷 간 호감도를 파악해 자연교미를 유도하면서 출산 성공률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여우는 야생에서 장거리를 이동하므로 특히 겨울철 이동거리가 길어지면 다시 포획해서 관리하기 매우 어렵다. 이 때문에 방사할 때 1~3년가량 위치 확인이 가능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발신기를 부착해서 방사한다. 야생에서의 최대 수명은 9년으로 알려져 있지만 차에 치여 죽거나 불법 사냥 도구에 걸리는 등으로 인해 6년 이상 생존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공단이 방사한 여우 28%도 로드킬이나 불법 사냥 도구, 농약 등으로 죽은 것으로 알려졌다.

동아DB
소백산맥에 방사된 여우가 강원, 부산까지 이동했다가 다시 강원으로 돌아와 생을 마감하기도 한다. 2021년 12월 경북 영주시에서 방사된 여우 ‘SKM-2121’는 강원 동해시로 이동했다가 태백산맥을 따라 내려와 2022년 5월 부산 해운대의 한 야산에서 7개월 가량 살기도 했다. 이후 이 여우는 다시 강원 정선군까지 올라갔다가 2023년 6월 죽은 채로 발견됐다. 당시 사인은 폐부종 등 호흡기 계통 문제로 밝혀졌다.

여우는 중간 포식자로 쥐와 새, 개구리, 뱀 등 소형 동물을 먹이로 하면서 생태계 균형에 기여한다. 다만 저지대 주변 산지에 주로 살기 때문에 차에 치여 죽거나 불법 사냥 도구에 걸려 죽는 사례가 많다. 또 닭 등에 대한 민가 피해도 우려돼 지역과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이에 따라 여우 보호를 위해 지자체, 도로관리청과 소방서 등이 참여하는 공존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하고, 지역 대표자를 명예 보호원으로 위촉해 불법 사냥 도구 등을 확인한다.

현재 전국적으로 분포된 여우는 총 110여 마리로 추정되며 이 중 70여 마리가 소백산 주변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환경부와 공단은 2027년까지 소백산 권역에 활동하는 개체 수를 100마리까지 늘리고, 3대 이상 번식 활동이 확인되는 소 개체군을 5개 이상 형성하는 것을 목표로 복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