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3층 면세구역이 출국 수속을 마치고 나온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인천공항공사 제공
인천국제공항공사가 국내 면세점 사업자들이 제기한 임대료 인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했다.
12일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제1·2여객터미널에서 향수와 화장품, 주류, 담배 등을 판매하는 면세점을 운영하는 신라·신세계면세점은 지난 4월과 5월 각각 인천지방법원에 임대료 인하 조정 신청을 냈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 감소와 소비 패턴 변화 등으로 면세점 이용자가 급감해 현재 임대료가 과도하고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며, 이들 매장의 임대료를 40% 내려달라는 내용의 조정신청서를 제출했다. 두 면세점이 인천공항공사에 매달 지급하는 임대료는 약 193억 원 안팎이다. 매출 부진으로 매달 50억 원 이상의 적자를 내고 있는 신라·신세계면세점은 조정이 결렬되면 면세점 철수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법원은 6월 30일 1차 조정기일을 지정했으나, 인천공항공사는 법원에 조정안 수용이 불가능하다는 의견서를 냈다. 이어 28일 2차 조정기일이 잡혔지만 인천공항공사는 면세점 사업자의 임대료 인하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어 불참하기로 했다.
인천공항공사는 적자가 누적된다는 이유로 조정을 요청한 임대료는 2023년 2월 실시한 공개 경쟁입찰에서 이들 면세점이 직접 제시한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신라·신세계면세점은 경영적 판단에 따라 최저 수용금액 대비 투찰률 160%가 넘는 임대료를 써내 10년간 운영권을 낙찰받았고, 같은 해 7월부터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당시 경쟁 면세점 사업자들은 100∼130%를 제시해 입찰에서 떨어졌다. 결국 높은 임대료를 제시해 사업권을 따낸 뒤 적자를 이유로 임대료 감액을 요구하는 것은 입찰의 취지와 공공성, 기업의 경영 책임을 회피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또 면세점 임대계약서에 따르면 임대료 조정은 공항 운영 환경 변화로 매장을 이전하거나 축소, 확장, 신설, 폐지하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중국인 관광객 감소 등과 같은 시장 환경의 변화는 임대료 조정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인천공항공사가 임대료 조정에 나설 경우 배임 등과 같은 법률 위반 가능성이 높고, 다른 면세사업자와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해 입찰의 공정성이 훼손된다는 법률 자문을 받았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법과 규정에서 벗어나 임대료를 감액해주면 앞으로 입찰에서 의도적으로 높은 투찰가를 써내 사업권을 낙찰받은 뒤 나중에 조정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며 “국가계약법에 따라 준수돼야 할 계약 절차의 공정성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공개 경쟁입찰의 기본 질서가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임대료 조정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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