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휘발성유기화합물 조사
광화학 반응 일으켜 오존 농도↑… 장기적으론 호흡기 질환 원인
판매량 많은 5개 제품군 진행… 내년 온라인에 결과 공개 예정
연일 이어지는 찜통더위에 강한 햇볕까지 겹치면서 유해 물질인 오존(O₃) 농도가 치솟고 있다. 오존은 산소 원자 3개가 결합된 기체로, 대기 상층부(성층권)에서는 자외선을 차단해 지구를 보호하지만 지상에서는 광화학 반응을 통해 스모그를 만들어 인체에 해를 끼친다. 고농도 오존은 호흡기와 피부를 자극해 기침·호흡곤란·어지럼증을 일으키고 장기적으로는 천식·기관지염 같은 호흡기 질환의 원인이 된다. 미세먼지나 황사와 달리 마스크로도 차단할 수 없어 더 위험하다.
지상의 오존은 주로 여러 오염물질의 화학 반응을 통해 생겨난다. 서울시는 오존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저감을 위해 생활용품 실태조사에 나선다고 18일 밝혔다.
VOCs는 상온에서 쉽게 기체로 증발하는 탄소 화합물로, 페인트·세정제·방향제·접착제 등 생활용품의 원료나 용제로 널리 쓰인다. 일부는 무해하지만 벤젠·톨루엔·포름알데하이드처럼 발암성이나 독성이 확인된 물질도 적지 않다. 이들 화합물은 햇볕을 받아 질소산화물(NOx)과 광화학 반응을 일으켜 오존을 생성하고, 다른 물질과 결합해 악취와 미세먼지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서울의 VOCs 배출량은 6만3368t에 달했으며, 이 가운데 가정·상업용 유기용제 사용이 약 48%로 가장 많았다. 특히 방향제, 탈취제 등 생활 속 스프레이 제품의 기여도가 컸다. 실제 해당 연구 결과 일부 세정제 등 제품에서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VOCs 함량 기준을 초과한 사례가 있었다. 이렇게 배출된 VOCs는 여름철 강한 햇볕과 결합해 고농도 오존을 만들어낸다.
서울시는 이번 조사에서 △분무형 살충제 △방향제 △탈취제 △헤어스프레이 △다목적 세정제 등 다섯 가지 제품군을 대상으로 선정했다.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량이 많은 제품을 골라 VOCs 함유량을 측정할 계획이다.
분석은 제조사가 제출한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제품 내 화학물질 정보를 담은 문서)를 토대로 진행된다. 다만 자료가 제출되지 않을 경우 공인기관에 시험을 의뢰해 직접 검증한다.
제품의 성분 평가는 EPA의 기준을 적용한다. 미국에서는 이 기준에 따라 일부 주에서 생활용품의 VOCs 함량을 제한하고, 기준을 초과한 제품은 유통을 금지한다. 반면 국내에는 생활용품 VOCs 규제 기준이 없어 이번 조사가 사실상 첫 전수조사 성격을 갖는다.
서울시는 내년까지 조사를 마치고 결과를 시민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또한 VOCs 저감 우수 생산 업체들을 독려하기 위한 제품 홍보를 지원하고, 소비자들에게 친환경 소비를 권장하는 캠페인을 추진할 계획이다. ● 오존 농도 0.01ppm 오르면 사망률 0.9%↑
서울시는 이미 올해 4월부터 고농도 오존 특별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주유소, 세탁시설 등 VOCs 배출사업장 1056곳을 대상으로 방지시설 정상 가동 여부를 점검하고, 필요할 경우 관계기관과 합동점검을 벌인다.
서울의 오존 농도는 2015년 0.022ppm에서 2024년 0.033ppm으로 10년 새 1.5배 늘었다. 국립환경과학원 보고서에 따르면 오존 농도가 0.01ppm 오를 때마다 전체 사망률은 0.9%, 천식 입원 위험은 3∼6% 증가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오존 저감을 위해 가스로 분사되는 스프레이 제품 사용을 줄이고 고체나 액체 제품을 권한다”며 “특히 여름철 사용이 잦은 살충제, 탈취제, 자외선차단제를 선택할 때 VOCs 함량을 고려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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