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인력 부족 등 이유로 상당 시간 실질적으로 조리업무 수행
전문의도 “발병 영향 가능성” 지적…요양급여 불승인 취소
서울행정법원
20년이 넘도록 학교 영양사로 근무하면서 조리 업무를 병행하다 폐암에 걸린 경우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16일 A 씨에 대한 근로복지공단의 요양급여 불승인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A 씨는 1997년 3월부터 학교 영양사로 근무해 오다 지난 2023년 3월 폐암 진단을 받았다. 근로복지공단은 A 씨가 영양사로서 직접 조리 업무를 하는 대신 관리 업무를 했다고 보고 유해 물질 노출 수준이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A 씨의 요양급여 청구를 승인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A 씨가 실질적으로 여러 학교를 근무하면서 조리 인력이 부족하거나 조리실무사가 조리 업무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 영양사로서 상당 시간 조리 업무를 병행한 점이 많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조리 업무 중 음식물을 고온의 기름으로 튀길 때 발생하는 연기나 가스와 같은 공기 중의 오염물질(흄)에는 다환방향족탄화수소, 휘발성유기화합물, 포름알데하이드, 헤테로사이클릭아민 등 유해 물질이 포함돼 있어 조리 기름 흄에 노출될 경우 폐암 위험이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A 씨가 근무했던 학교의 교장들은 A 씨가 거의 매일 최소 3시간 내외 조리 업무를 수행했다고 밝혔다. 일부 학교는 급식실이 반지하에 있는 데다 먼지와 벌레 등을 이유로 창문을 열지 못해 환기가 어려운 등 조리 환경이 매우 열악했던 점이 지적됐다.
재판부는 “원고가 흡연한 사실이 없고 원고의 가족 중 폐암을 앓은 사람도 없다”며 “호흡기내과 전문의도 ‘영양사라도 조리사와 동일하게 튀김·볶음 등 조리 업무에 장기간 관여했다면 조리 흄(유해물질)에 노출됐다고 봐야 한다. 원고가 환기가 잘되지 않는 조리실에서 조리실무사와 함께 하루 최소 3시간 이상 조리 업무를 거의 매일 장기간 수행했다면 조리흄 노출이 발병에 영향을 주었으리라 생각된다’는 의견을 밝혔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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