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사전에 준비한 범행인데 심신미약 주장은 생소”
운행 중인 서울지하철 5호선 열차에서 불을 지른 원 모 씨가 2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5.6.2/뉴스1
서울 지하철 5호선 열차 방화 피의자로 재판에 넘겨진 원 모 씨(67)가 첫 재판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19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양환승 부장판사)는 살인미수와 현존전차방화치상, 철도안전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원 씨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원 씨 측 변호인은 살인미수 혐의를 인정하나 확정적 고의가 아닌 미필적 고의에 의한 범행이었다고 주장했다. 원 씨는 공소 사실을 모두 인정하며 “제가 저지른 행동들에 대해 분명히 반성하고 있다”며 “잘못했다”고 말했다.
원 씨 측 변호인은 원 씨가 이혼 소송 이후 누적된 분노와 단절감으로 망상에 빠졌고,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양 판사는 “사전에 준비한 범행이라는 점에서 심신미약은 생소한 주장이라고 할 수 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앞서 검찰 조사를 통해 원 씨가 범행 전 휘발유를 미리 구입해 범행 기회를 물색하러 다니거나 전 재산을 정리한 뒤 친족에게 송금하는 등 범행을 계획하고 신변을 정리한 정황이 드러난 바 있다.
지난 5월 31일 오전 8시 42분쯤 60대 남성 원 모 씨가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과 마포역 간 터널 구간을 달리는 열차에 불을 지르고 있다. 2025.06.25. 사진=서울남부지검 제공
원 씨는 지난 5월 31일 오전 서울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과 마포역 사이를 달리던 마천행 열차의 네 번째 칸에서 불을 지른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불이 나자 기관사는 열차를 멈추고 승객들과 함께 열차 내 비치된 소화기로 불을 진화했고, 승객 420여 명은 직원들의 안내에 따라 열차에서 내려 터널을 따라 긴급 대피했다.
경찰은 화재 발생 후 약 한 시간 만인 이날 오전 9시 45분경 원 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원 씨는 경찰 조사에서 “이혼 소송 결과에 불만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송치훈 기자 sch5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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