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등 공공부문 발주공사 사고
엄격히 수사해 엄중히 법적 조치… 임금 체불은 조만간 제재 방안 발표”
기업 반발하는 노란봉투법 관련
“기업 범죄자로 만들려는 것 아니다… 구체적 가이드라인-매뉴얼 만들 것”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18일 정부세종청사 집무실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왼쪽 가슴에 ‘산업안전감독관’이라고 쓰인 옷을 입은 김 장관은 “저도 현장 불시점검을 한다. 안전한 일터를 위해 상시 대기한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세종=변영욱 기자 cut@donga.com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20일 산업재해 발생 기업에 대해 검토 중인 고액 과징금에 대해 “산업재해 관련 전문가 단체나 유가족 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해서 가이드라인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일 간 축구 경기를 하면 이기자고 열광하는데 산재 감축을 위해서도 국민적 붐이 일어야 한다”며 “왜 산재로 일본의 3배 이상으로 죽어야 하는지 생각해 볼 때가 됐다”고 말했다.
19일 경북 청도군 열차 사고에 대해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공사에서 사고가 거듭 발생하는 것에 대해 엄중하게 생각한다”며 “관급공사에 대해 더 엄격히 수사해 법 위반이 있으면 엄중히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세종청사 고용부 장관 집무실에서 18일 인터뷰를 가진 김 장관은 20일 추가로 서면 답변을 보냈다. 1992년 철도청에 입사해 34년간 기관사로 근무한 김 장관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위원장 출신 첫 장관이다. 기업들이 반발하고 있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에 대해 김 장관은 “기업을 범죄자로 만들려는 것이 아니다. 법이 통과되면 불확실성을 덜 수 있도록 시행령과 별도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과 매뉴얼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전 부처를 막론하고 산재 감축이 핵심 과제가 된 것 같다.
“일터에서 일하다가 죽는 게 얼마나 반문명적인가.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위원들에게도 ‘공무원 입장에서 법을 만들지 말고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하라’고 강조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형사처벌보다 경제적 제재를 하면 합리적 선택을 할 것이라는 취지다.”
―고액 과징금을 매기면 기업이 망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
“중대재해가 계속 발생하는 회사에 대한 문제의식은 명징하다. 법을 지키는 사람은 손해를 보고 안 지키는 사람이 이득을 보는 것은 막아야 한다.”
―청도 사고처럼 공공부문이 발주한 현장에서도 사고가 많다.
“이제 공직자와 지방자치단체장도 산업안전 감수성, 노동인지 감수성이 없으면 안 되는 분위기로 가야 한다. 지방에서는 공공이 발주하는 관급공사가 산업현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특히 건설 현장 산재의 40%가량은 관급공사 현장에서 발생한다. 인사혁신처에도 공무원을 교육할 때 산업안전 분야를 필수과목으로 하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
―근로자 인식 개선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산업안전보건법과 노동법도 고등학교 정규 교육과정에 들어가야 한다. 외국인 노동자가 많은 건설현장이나 조선소 등에서도 의사소통 문제 등 근본적으로 들여다볼 사안이 많다.”
―국정과제로 임금 체불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했는데….
“임금 체불은 형사처벌한다. 범죄라는 뜻이다. 범죄가 만연한다는 것에 대해 문제의식이 있어야 한다. 대통령도 국세청이나 검찰 같은 권력기관들이 나서서 임금 체불을 막아야 한다고 지시했다. 조만간 임금 체불에 대한 제재 방안을 발표할 생각이다.”
―장관 지명 후 첫 출근길에 정년 연장을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고 했다.
“정년 연장은 가야 할 길이지만 ‘법적’ 정년 연장이 가야 될 길이라고 말할 순 없다. 노동계는 법적 정년 연장 없이는 소위 ‘위에 잘 보이는 사람’만 선별적으로 재고용되는 것을 우려한다. 반면 재계는 법적 정년을 연장하면 젊은 사람을 못 뽑는다는 우려가 있다.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 ―노동계는 노조 회계공시 철회를 주장한다.
“지난 정부는 마치 노조를 거대한 범죄집단으로 취급하면서 사회적 대화를 하지 않았다. 회계공시가 사회적 대화를 촉진하는 데 어떻게 작동될지 살펴봐야 한다. 투명하게 회계를 공시하면 노조에 대한 신뢰도도 높아질 거라고 본다.”
―노란봉투법에 대한 재계 우려가 크다.
“잘 안다. 국무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현장에 안착시킬 의무가 있다. 경제계와 상시 소통하는 태스크포스(TF)도 운영하겠다. 법문이 너무 추상적이어서 구체화해 달라는 요구가 많았는데, 최대한 매뉴얼이나 지침을 만들어서 예측 가능하게 하겠다.”
―사용자 범위가 너무 넓어졌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실질적 지배력’의 의미에 대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도 가장 걱정하더라. 경영상 이유라고 해도 고용은 근로조건의 본질이다. 현행법은 해고나 집단해고가 교섭 대상이 아니라고 하는데, 근로의 의무를 규정한 헌법과의 불일치를 해소해야 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