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감소에 학생·학부모가 우위로…대학들 가치 스스로 증명해야”

  • 뉴시스(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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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DI 창립기념 제221차 교육정책포럼: 대전환 시대 교육 성과
“대학들, 국가 지표 관리 치중…본연의 성과 집중할 필요”
“AI 기술 활용한 수요자별 맞춤형 정보 제공 플랫폼 필요”

뉴시스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 시장의 우위가 대학에서 학생·학부모로 이동하는 가운데, 수요자 중심의 대학 성과 정보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조언이 나왔다.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기술 도입을 통해 수요자별 맞춤형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백승주 한국교육개발원(KEDI) 연구위원은 26일 세종시 소재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 세종에서 열린 ‘KEDI 창립기념 제221차 교육정책포럼: 대전환 시대 교육 성과’에서 이 같은 내용의 ‘대학 성과의 진단과 과제’를 발표했다.

대학 진학률, 학생 1인당 교육비 등 대학 교육 여건에 대한 양적 성장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14~2023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대학교육경쟁력은 64개국 중 49위에 그치고 있다. 이는 20위권을 기록하는 국가경쟁력과 대조적이다.

과학기술논문인용 색인(SCI) 상 대한민국의 상위 1% 논문 점유율은 최근 11년간(2012~2022년) 2.9%에서 3.9%로 약 1.3배 증가했으나 순위권에 드는 대학은 제한적이다. 100위 안에 포함된 대학은 서울대학교(1340건, 100위)가 유일하고 200위권에 3개 대학, 400위권에 4개 대학, 500~900위권 내에 11개 대학이 포함됐다.

백승주 연구위원은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 시장의 우위가 공급자에서 수요자로 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백 연구위원은 “저출산으로 대학 정원보다 학령인구가 더 적은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외국인 유학생과 성인학습자 ‘유치’ 경쟁이 치열해 공급자 우위의 시장에서 수요자 우위의 시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 연구위원은 “대학들이 ‘많은 대학 중에 왜 하필 우리 대학에 와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독창적이고 설득력 있는 제안과 우리 대학의 교육 성과를 기반으로 대학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할 책무가 있다”며 “우리 학교가 만들어내는 인재가 기업과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임을 증명해야 한다”고 했다.

백 연구위원은 “그간 획일적인 대학이 양성되는 ‘공급자 중심의 성과평가에 따른 성과의 역설’이 나타났다”며 “대학이 국가나 평가에서 제시한 지표관리에 역점을 두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백 연구위원은 “국가가 요구하는 평가지표가 아닌 대학 본연의 성과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대학이 교육·연구·봉사 등 본연의 성과에서 탁월한 성과를 내고 있음을 대학이 증명할 책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행 공시 정보에서 원하는 정보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데이터가 중요함에도 충분히 제공되고 있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학생·학부모, 기업체, 정부, 학계 등 다양한 대학 정보 수요자가 필요로 하는 정보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작업이 우선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분리 관리되고 있는 다양한 대학 관련 정보 및 데이터의 연계를 통해 수요자 접근성 및 활용성 제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College Board&FAFSA의 경우 학비, 재정지원 수준, 졸업률, 졸업 후 소득·부채 수준 등 학습자와 가족이 실질적으로 고려해야 할 정보를 통합적으로 제공한다.

호주의 QILT(Quality Indicators for Learning and Teaching)는 학생들이 자신의 필요와 선호에 맞는 최적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학생경험, 졸업생 성과, 고용주 만족도를 투명하게 제공하고 있다.

QILT는 호주 대학 기관평가인증(TEQSA)에서 보완적 기제로 활용되고 있다. TEQSA는 QILT 설문조사 결과를 중요한 ‘리스크 지표’ 중 하나로 활용한다. 일례로 특정 대학의 특정 전공에서 수년간 학생 만족도 점수가 현저히 낮게 나타나거나 졸업생 취업률이 지속적으로 악화된다면 TEQSA는 이를 해당 기관의 교육의 질에 문제가 발생했다는 ‘경고 신호’로 인지하고 공식적인 조사에 착수 가능하다.

백 연구위원은 “대학알리미, 대학어디가, 한국연구재단 등 다양한 기관에서 관리되고 있는 데이터의 연계 강화가 필요하고 고등교육통계, 취업통계 등 학생의 교육 성과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간 연계 및 행정데이터 결합을 강화해야 한다”고 봤다.

그는 “연계를 위해서는 데이터 표준화, 개인단위 데이터의 비식별화 기술, 부처 및 기관간 칸막이를 제거하기 위한 협력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백 연구위원은 “대학 내에서는 AI를 통해 맞춤형 강의를 추천해주거나 학생관리를 하는 등 도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며 “예비대학생, 기업, 정부 등 대학 정보 관련 비전문가도 대학 관련 정보에 대한 접근성과 활용성 제고를 위해서는 ‘분류체계 기반 탐색’(데이터 저장소 모델)에서 ‘페르소나 기반 시나리오 접근’(가이드 기반의 컨설팅 모델)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분류체계 기반 탐색은 데이터를 제공하되 활용은 수요자가 능동적으로 하는 방식이다. 반면 페르소나 기반 접근은 정보제공자가 수요자의 상황과 질문에 따른 최적의 해답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백 연구위원은 “다양한 수요자의 요구를 모두 파악해 데이터를 정비하는 것은 불가능한 만큼 AI 등 디지털 기술 도입을 통해 수요자별 맞춤형 정보 제공이 가능한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세종=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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