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가뭄’에 도암댐 다시 눈길…정선지역 즉각 반발, 수질 우려도
전문가 “농업용수론 활용 가능” 환경장관도 “활용 검토”
강원 강릉시 주요 상수원인 오봉저수지와 일대 하천의 바닥이 드러나 있다.(뉴스1 DB)
강원 강릉시가 극심한 가뭄으로 최근 세대별 계량기를 최대 50% 잠그는 ‘제한급수’에 들어간 가운데, 평창 도암댐 활용론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약 3000만 톤의 저수량을 보유하고 있는 도암댐은 강릉과 불과 20㎞ 남짓 떨어져 있어 갈증에 시달리는 지역민들에게는 매력적인 ‘숨은 자원’처럼 보인다. 그러나 수질 논란과 지역 간 갈등이 얽히며 도암댐은 여전히 ‘잠든 댐’으로 남아있다.
3000만 톤 저장된 ‘도암댐’…도대체 어떻길래
도암댐 전경.(뉴스1 DB)1991년부터 발전을 시작한 도암댐은 원래 농업용수가 주 목적이었으나, 1980년대 이후 강릉 등 동해안과 중부권역의 생활·공업용수 공급원으로 전환됐다. 석회암과 광산이 많은 중부동해안 지역 특성상 관련 오염원이 댐으로 유입됐고, 수심이 깊고 체류시간이 긴 탓에 여름철 녹조가 퍼지기 십상이었다.
이에 일대 지역에선 도암댐 원수 사용 정수장에서 악취와 흙냄새가 난다는 민원이 폭증하는 등 해당 지역 주민들에겐 기억이 좋지 않은 댐이다.
이 같은 논란에 도암댐은 2001년 발전 기능이 중단된 상태다. 김홍규 강릉시장도 지난 19일 가뭄 대응 관련 기자회견에서 “도암댐은 수질과 수온 문제로 생활·농업용수 전환에 어려움이 있다”고 손사래 친 바 있다.
‘도암댐 활용안’ 만지작…정선지역 “한수원 꼼수”
도암댐 하류권인 정선지역의 거센 반발도 ‘도암댐 활용카드’를 선뜻 꺼내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정선은 도암댐 건설 당시부터 활용, 중단에 이르기까지 수질오염을 이유로 가장 반발한 곳이다.
최근 강릉지역 가뭄으로 ‘도암댐 활용론’이 다시 고개를 들자, 정선 지역사회가 곧장 반기를 들고 나섰다.
정선군번영연합회는 26일 성명을 내고 “강릉 물 부족을 핑계로 도암댐을 활용하려는 한국수력원자력의 꼼수를 규탄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날 연합회는 1995년 취수탑 공사 당시 퇴적물 방류로 하천과 생태계가 오염된 경험을 언급하기도 했다.
연합회는 “유역 변경 방류를 빌미로 발전을 재개하려는 시도를 절대 묵과하지 않겠다”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도암댐 해체 운동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정선 외에도 강릉지역조차 도암댐에 대한 ‘불신의 기억’과 댐 수온에 따른 냉해 피해 우려때문에 ‘농업용수’로도 반기지 않고 있다.
전문가 “농업용수 전환 가능”…환경장관도 “검토할 것”
전문가들은 도암댐 수질을 개선해 ‘농업·공업용수’로 활용하고, 현재 강릉 생활용수의 87%를 책임지는 오봉저수지는 생활용수로만 쓰도록 분리하자는 제안을 내놓고 있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교수는 최근 뉴스1과 인터뷰를 통해 “농업용수는 4급수까지 활용 가능하기 때문에 도암댐의 수질 정화를 거치면 농업용수 활용은 가능하다”며 “발전 수익이 생기면 이를 강릉·정선·영월 환경 개선에 환원하는 방식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도 ‘도암댐 활용’을 다시 검토하고 있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지난 22일 강릉 오봉저수지를 점검한 뒤 도암댐을 직접 찾아 활용 가능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2006년 이후 가축분뇨법 제정과 오염원 관리 강화, 비점오염 저감사업 등을 통해 도암댐 수질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지하수 저류댐, 하수처리수 재이용과 함께 도암댐 연계 등 기존 수자원 활용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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