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여객선 바글바글… 섬 주민은 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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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부터 요금 1500원으로 내리자
백령도 등 관광객 30% 넘게 늘어
섬 주민 배표 구하기 힘들어지고
쓰레기 등 환경 오염 부작용 증가

올 6월 25일 인천 중구 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에서 시민들이 옹진군 백령도행 여객선을 타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인천시 제공
올 6월 25일 인천 중구 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에서 시민들이 옹진군 백령도행 여객선을 타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인천시 제공
인천시가 올해부터 여객선 요금을 ‘1500원’으로 낮춘 정책을 시행한 뒤 인천 섬을 찾는 관광객이 30%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여객선을 이용해 내륙을 오가는 섬 주민들이 배표를 구하기 어려워지고 섬 환경이 빠르게 훼손되는 등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26일 인천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인천 연안여객선을 이용한 인천 시민은 40만538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6%(9만2758명)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인천 외 다른 지역에 사는 이용객 역시 지난해 4만5099명에서 올해 7만480명으로 56%가량 늘었다. 인천 시민과 타 시도민을 모두 합친 여객선 이용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3% 늘었는데, 그만큼 인천 섬을 찾는 시민들이 증가했다는 의미다.

인천시는 올해 초부터 시행한 ‘바다패스’ 정책 영향으로 섬 관광객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한다. 바다패스는 인천 시민이면 누구나 여객선을 1500원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정책이다. 인천 외 다른 지역 시민도 여객선 요금의 70%를 할인받을 수 있다. 타 시도민은 평일 1박 이상 섬에 머무르는 조건으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옹진군 백령도를 기준으로 기존 7만7000원이던 여객선 요금을 약 2만3000원만 내면 된다.

하지만 섬을 찾는 관광객들이 늘면서 여객선을 타고 내륙을 오가야 하는 섬 주민들이 배표를 구하기 어려워지는 등 불편도 발생하고 있다. 여객선을 운영하는 선사 측은 예매 시 여객선당 60좌석 정도의 섬 주민 전용 표를 남겨두고 있지만, 이는 온라인이 아닌 현장 발권만 가능해 주민들이 직접 현장을 찾아야 하는 불편이 있다. 현재 인천항에서 백령도를 오가는 여객선은 평일 기준 왕복 1번뿐이다.

백령도의 한 주민은 “관광객이 늘어난 건 긍정적이지만, 사람이 몰리는 주말이나 기상 악화로 배가 결항한 다음 날에는 온라인 예매가 매진인 경우가 많아졌다”며 “현장에 표가 있다고는 하지만, 불확실성이 크다 보니 일정을 미리 잡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옹진군 관계자는 “현재까지 섬 주민들이 현장에서조차 배표를 구하지 못한 경우는 없었지만, 주민들의 우려에 공감하고 있다”며 “현재 공휴일이나 주말에는 필요시 배편을 늘리고 있는데, 여객 수요가 늘어나는 다음 달과 10월에는 이를 평일에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섬 관광객이 늘면서 섬 환경이 빠르게 훼손되고 있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환경단체는 특히 ‘백패킹’의 성지로 불리는 옹진군 굴업도의 피해가 크다고 지적한다. 인천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인천시의 바다패스 정책으로 많은 사람들이 섬을 찾으면서 자연환경이 훼손되는 ‘오버투어리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굴업도는 지난해보다 해양쓰레기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다. 인천시는 섬 관광객의 인식 증진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인천시#여객선 요금#바다패스#섬 관광객 증가#옹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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