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특검, ‘해병대 수사단 60% 감축’ 문건 확보… ‘尹 격노’ 영향 수사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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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특검 수사]
국방부 ‘군사경찰 반토막’ 보고서… 임성근 피의자 이첩 다음날 작성
사건 많았던 해병대 더 감축 시도… 尹 지시 어긴 보복 가능성 조사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9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채 상병 특검(특별검사 이명현)이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지시로 해병대 군사경찰을 축소하는 내용을 담은 국방부 보고서를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은 “해병대 군사경찰을 60% 이상 줄인다”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작성한 배경에 윤 전 대통령이 관여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자신의 지시를 어긴 군 수사조직을 반 토막 내려 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는 특검은 보고서 관계자들을 불러 관련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 尹 지시 불복에 국방부, ‘군사경찰 반 토막’ 보고서 작성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은 2023년 8월 작성된 6쪽 분량의 ‘군 수사조직 개편 계획’ 문건을 확보했다. 특검 조사 결과 해당 문건은 국방부 조사본부와 육해공군 및 해병대 군 수사단 등 군 관련 사건을 수사하는 조직인 군사경찰을 절반으로 줄인다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다.

2023년 8월 3일부터 유모 전 국방부 기획관리관 주도로 보고서가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8월 2일 군사경찰인 해병대 수사단이 대통령실과 국방부 수뇌부의 사건 보류 지시에도 경북경찰청에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채 상병 사건 피의자로 이첩한 다음 날부터 보고서가 작성된 것이다. 특검은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를 경찰로 이첩하지 못하게 하고, 임 전 사단장을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윤 전 대통령 등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본보가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방부는 군사경찰을 799명에서 399명으로 감축하겠다고 계획했다. 보고서는 “민간 경찰 대비 각 군이 처리하는 사건 수 등을 고려하면 고강도 효율화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되며 수사 인력 50%인 400명 감축 예정”이라고 했다. 특히 당시 윤 전 대통령 지시에 불복했던 해병대 수사단의 인력은 61% 줄일 계획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육군 수사단은 37% 줄이는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감축 규모가 컸다.

특검은 당시 상황을 감안하면 해당 보고서 내용이 이례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 작성 당시 참고했던 2020년 기준 ‘군별 형사사건 수 대비 수사단 규모’에 따르면 수사인력 1인당 평균 사건 수는 전체 군사경찰이 9.8건, 육군 수사단이 11.8건이었던 것에 반해 해병대 수사단은 17.8건에 달했다. 처리 사건 수를 감안해 인력을 감축하기로 했는데, 사건 수가 가장 많은 해병대 수사단을 더 많이 감축하려 한 것이다.

또한 보고서가 쓰인 시기와 방법도 이례적이었다. 보통 군부대 조직 개편은 1월에 발표하는 연도 부대 계획으로 진행된다. 이에 앞서 전년도 9∼10월부터 군 내 조직의 요청을 받고 국방부가 보고서를 작성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당시 국방부는 개편 대상인 각 군 수사단 등 군사경찰에 아무런 수요 조사도 하지 않고 국방부 독단으로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 특검, ‘보복성’ 보고서 작성 尹 개입 여부 수사

특검은 당시 국방부가 채 상병 사건 처리 과정에서 해병대 수사단뿐만 아니라 국방부 조사본부도 상부의 지시에 반하는 행보를 보여 군사경찰 감축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보고서가 이례적이라고 판단한 특검은 최근 보고서 작성자로 지목된 유 전 관리관을 불러 조사했다.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도 보고서와 관련된 조사를 마쳤다고 한다. 이들은 해당 문건의 존재에 대해서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와 관련해 국방부 조사본부 관계자도 여러 명 불러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본부는 당시 “윤 전 대통령이 채 상병 사건 이후 군사경찰에 화가 나 (군 수사) 조직을 반 토막 내려 한다”는 소문을 듣고 비공식적인 경로로 해당 보고서를 입수했다고 한다. 보고서 내용대로 군사경찰이 감축된다면 조사본부의 피해가 커질 수 있어 이에 대응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 진술 등을 확보한 특검은 조사 내용을 토대로 ‘대통령실의 지시로 국방부가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대통령실을 겨냥해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한 군 검찰 출신 변호사는 “윤 전 대통령이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을 구속하려 하는 등 개인에 대해 보복하려 했던 것을 넘어 조직 전체를 보복의 대상으로 규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채 상병 특검#해병대 군사경찰#군사경찰#국방부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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