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사진 찍으며 두리번”…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 휴가 경찰이 잡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8월 27일 14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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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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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이 휴가 중인 경찰의 눈썰미에 덜미를 잡혔다.

27일 대전경찰청 등에 따르면 13일 낮 12시 16분경 휴가 중이던 대전서부경찰서 형사과 이진웅 경사는 대전 중구의 한 아파트 앞 상가에서 수상한 남성을 목격했다.

이 경사의 눈에 들어온 남성은 택시에서 하차한 뒤 휴대전화로 주변 건물을 촬영하고 두리번거렸다.

대전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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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사는 전화금융사기를 직감했다. 현금 수거책 대부분이 범행 장소에 도착하면 주변 건물 사진을 찍어 현장에 도착했다고 조직원에게 보고하기 때문이다.

이 경사는 개인 차량을 타고 아파트 단지로 걸어 들어가는 남성을 천천히 뒤쫓았다.

대전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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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은 아파트 단지 안에서도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거나 주변 사진을 찍으며 누군가를 기다렸다.

이후 피해자는 전화를 받으면서 남성에게 다가가 들고 있던 흰색 종이 가방을 건넸다.

이 경사는 차량에서 내려 거리를 두고 두 사람을 지켜보다가 남성에게 다가가 종이 가방을 가리키며 “이게 뭐냐?”고 물었다.

종이 가방에는 1700만 원의 현금 뭉치가 들어있었다.

대전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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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사는 112에 “전화금융사기 수거책을 지금 잡고 있다”고 신고한 뒤 “저는 경찰관”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경사는 피해자에게 “선생님, 이거 범죄”라고 말했지만, 피해자는 “남의 일에 참견하지 마세요”라며 “나는 정상적으로 대출을 받은 것”이라고 믿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피해자는 소매가 없는 이 경사의 휴가 복장을 보고 “경찰이 맞느냐”고 묻기도 했다.

이 경사가 동료 경찰에게 전화를 걸어 연결을 시켜주는 등 약 10분간 설득하고 나서야 피해자는 전화금융사기를 인지했다.

대전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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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수거책은 이 경사에게 “알바를 하러 왔다”며 “1건 하면 5만 원씩 받는다. 전화금융사기와 관련된 것일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현금 수거책이 보이스피싱 범행 전모를 몰랐더라도 비정상적인 절차로 범죄임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는 판례가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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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사는 피해자에게 현금을 돌려주고 현금 수거책을 경찰에 인계한 뒤 현장을 떠났다.

이 경사는 “검찰, 경찰, 금융감독원 등을 사칭하면서 금전을 요구하면 그건 100% 사기”라며 “기관은 절대로 전화로 계좌이체나 현금 인출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보이스피싱#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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