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금지 명문화한 초중등교육법 국회 통과
소지 제한은 학칙으로 정할 수 있게 해
“학생 인권 침해” 민원 사라질지는 미지수
내년 3월부터 초중고교 학생이 수업 중 휴대전화 등 스마트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법으로 금지된다. 교육부가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2023년 9월부터 ‘교원의 학생생활 지도에 관한 고시’를 마련해 수업 중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한 바 있다. 27일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휴대전화 사용 금지는 법으로 명문화됐다.
●‘수업 중 스마트기기 사용 금지’ 법으로 명시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은 ‘학생은 수업 중에 휴대전화 등 스마트기기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스마트기기 소지 자체를 금지하진 않는다. 그러나 학교가 필요한 경우 교내 스마트기기의 사용 및 소지를 제한할 수 있고, 제한하는 기준·방법, 스마트기기의 유형 등을 학칙으로 정할 수 있게 했다. 교육 목적, 장애가 있거나 특수교육이 필요한 학생이 보조기기로 사용하는 경우, 긴급한 상황 대응을 위한 때는 학교의 장과 교원 허용을 받고 스마트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
개정안 내용은 기존 교육부 고시에 ‘학생은 수업 중 휴대전화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 한 것과 동일하다. 하지만 그동안 학교 현장에서 학생 인권이 강조되면서 학생들이 수업시간 휴대전화로 유튜브를 보거나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접속해도 상당수 교사가 모르는 척 했던 게 현실이었다. 이에 교사들은 개정안이 학생과 학부모 인식 개선에 도움될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경기 지역 한 중학교 교감은 “법으로 규제하면 학생들이 더 조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장승혁 대변인은 “수업 중 스마트폰을 쓰면 안 된다는 인식이 높지 않아 학부모가 학생 인권침해라고 끊임없이 민원을 넣는다”며 “이제 ‘법으로 규정한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개정안은 스마트기기 과의존 청소년이 늘어남에 따라 학생의 정신 건강 보호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따라 추진됐다. 또 스마트기기가 수업 방해, 교권 침해 등 각종 교내 갈등의 요인이 된다는 지적도 반영됐다. 한 학교 관계자는 “수업 중 휴대전화를 못 쓰게 제지하면 학생이 교사에게 욕하거나 할퀴고 때리는 일이 있다”고 전했다. 교사가 학생의 잘못을 지적하는 장면을 학생이 휴대전화로 촬영하거나 녹음해 교육청에 신고하는 일도 많았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해 10월 학교 휴대전화 일괄 수거는 인권침해가 아니라는 결정을 내리며 인권침해라고 봤던 기존 판단을 10년 만에 뒤집었다. 인권위는 다수 선진국이 학생의 휴대전화 과다 사용 문제로 휴대전화 제한 정책을 추진하는 점을 참고했다.
●수거 원칙·쉬는 시간 사용 등 갈등 불씨 남아
그러나 개정안이 학교에서의 휴대전화 소지 자체를 금지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수업 중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학생을 제재할 방법이 마땅히 없다는 의견도 있다. 학칙으로 제한 방법을 정하도록했지만 학교마다 규정이 다르면 민원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교총 관계자는 “휴대전화를 걷고 하교 전에 돌려주는 방식이 학교마다 다르면 형평성 시비가 있을 수 있어 교육부나 시도교육청이 학칙 표준안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업 시간에 휴대전화를 걷는다고 해도 쉬는 시간에 다시 돌려줘야 하는 문제, 걷을 때 스마트폰 공기계를 내도 적발하기 어려워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이 휴대전화에 목숨을 걸어서 수업 종료 후 돌려주지 않으면 난리가 난다”고 전했다.
현재 학생들은 스마트기기로 공부하는 것이 익숙한 세대이기 때문에 교내 휴대전화 사용을 무조건 막을 것이 아니라 사용법을 제대로 가르쳐야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부산의 한 학교 교장은 “디지털에 익숙한 학생들이 스마트기기를 활용해 학습 효과를 올릴 수 있는 경우가 많은데 무조건 못 쓰게 하면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며 “모든 것을 법으로 규제할 순 없다”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