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 상승→가뭄 심화→극한 폭우…‘통제불능 여름’ 계속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8월 31일 15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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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월 시간당 100mm 극한 폭우만 9차례
기온 1도 상승시 머금는 수증기 17% 증가
가뭄 심화되다 임계점 다다르면 순식간에 물폭탄
전문가들 “앞으로도 통제불능 기후 계속될 것”

역대급 더위가 한반도를 강타했던 올 여름의 키워드는 ‘극한’으로 요약할 수 있다. 지구 온도 상승 속 폭염, 호우 등 여름철 기상 현상이 모두 극한으로 치닫는 경향을 보였기 때문이다. 과거 한반도의 전형적 가뭄은 봄에 발생했다가 장마가 오면 자연스럽게 해소되는 패턴이었지만, 최근 폭염이 심해지고 좁은 지역에 극단적으로 내리는 폭우가 빈번해지면서 특정 지역에는 전례없는 국소적 돌발 가뭄이 발생했다.

31일 강원 강릉시 주요 상수원인 오봉저수지 일대가 메말라 있다. 2025.8.31 뉴스1
역대 최악의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강원 강릉은 통제불능 기후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강릉지역 87%의 식수 공급을 책임지고 있는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5주만에 반토막 나면서 15% 선까지 붕괴됐다. 가뭄은 통상 수 개월에 걸쳐 진행되지만 강수 부족에 기온 상승으로 인한 증발량 증가로 수주만에 급격히 땅이 메마르는 ‘돌발가뭄’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강릉은 긴급 재난사태가 선포된 가운데 계량기 밸브를 75%까지 잠그는 제한 급수를 본격적으로 시행하고 농업용수 공급은 전면 중단했다.

올해는 1973년 기상 관측이 체계화 된 이래 기온이 가장 높았던 여름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29일까지의 폭염 관련 통계가 집계된 가운데 올해 6~8월 일 최고기온은 평균 30.7도로 역대 가장 높았다. 일 평균기온도 25.7도로 역대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여름철 기온 상승은 기상 현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기온이 1도 오를 때마다 대기는 약 7%씩 수증기를 더 머금을 수 있다. 데워진 공기가 스펀지처럼 많은 양의 수증기를 빨아들이면 땅이 빠르게 매마르며 가뭄의 진행 속도가 빨라진다. 그러다 임계점에 다다르면 순식간에 비구름대가 발달해 물폭탄을 쏟아낸다. 올 여름 폭염과 폭우가 번갈아 닥쳐왔던 이유가 이 때문이다.

김포 소방대원들이 폭우로 불어난 하천에 빠진 차량에서 실종자를 구조하고 있다. 김포소방서 제공
기상청 자동기상관측장비(AWS) 기록에 따르면 6~8월 시간당 100mm 이상 폭우가 쏟아졌던 때는 총 9번이다. 시간당 100mm는 3.3m² 면적에 양동이(10L) 33개 양의 물을 1시간 동안 쏟아붓는 것과 비슷한 정도의 극한 폭우다. 2021년 1건 뿐이었던 극한호우 상황은 2022년 2건, 2023건 1건 수준이다가 지난해 5건, 올해 9건으로 급증했다.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강력한 폭염은 지면과 해수면 증발을 통해 엄청난 양의 수증기를 대기로 공급하고, 뜨거운 지면에서는 대류가 활발해져 비구름이 발생하면 결국 폭우가 내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극한 기상 현상은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한다. 최용상 이화여대 기후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최근 한반도 폭염은 단순 지속 시간 증가를 넘어 집중 호우로 수해 위험도 동시에 높이고 있다”며 “이는 기후변화 속 새로운 여름 기후 패턴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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