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석기회 안줘” 징역형 파기환송
연락이 닿지 않는 피고인에게 연락을 취하려는 충분한 노력 없이 공시송달만 한 채 피고인 진술을 듣지 않고 판결하면 절차상 위법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A 씨에 대해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지난달 18일 대구지법으로 파기환송했다고 31일 밝혔다.
A 씨는 투자금 2억 원을 가로챈 사기 혐의가 인정돼 2023년 10월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받자 항소했다. A 씨는 지난해 8월 13일 열린 항소심 첫 공판기일에 출석하지 않았다. 법원은 경북 청송군의 A 씨 주소지로 소환장을 송달했지만 문이 닫혀 있고 아무도 없어 송달되지 않았다.
법원은 주소지 인근 경찰서에 소재 탐지를 촉탁했지만 같은 해 9월 4일 피고인이 소재 불명이라는 회신을 받았고, 같은 날 피고인 소환장을 공시송달하기로 결정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주소 등을 알 수 없어 서류 송달이 불가능할 때 법원사무관이 서류를 보관하고 신문, 관보 등에 그 사유를 올리는 공시송달이 가능하며, 공시송달 후 2주 뒤부터 그 효력이 생긴다.
이후 법원은 A 씨 없이 재판을 진행해 항소 기각 판결을 내렸다.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이 첫 공판기일에 나오지 않으면 기일을 다시 잡고, 다음 기일에도 정당한 이유 없이 나오지 않으면 피고인 없는 궐석 재판 진행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형사소송법을 위반해 피고인에게 출석의 기회를 주지 않았으며, 소송 절차가 법령에 어긋난다”며 파기환송 결정을 내렸다. 사건 기록에 피고인의 다른 주거지 주소와 피고인 가족의 전화번호가 기재돼 있었는데, 법원이 다른 주소로 송달하거나 가족 연락처로 전화하는 조치 없이 곧바로 공시송달하고 피고인 진술 없이 판결하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