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임금체불을 ‘임금절도’로 규정하며 범정부 차원의 근절 대책을 내놨다. 지난해 임금 체불액이 처음으로 2조 원을 넘어선 가운데, 올 상반기에도 체불액이 1조1000억 원을 넘어선데 따른 조치다.
노동부는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임금체불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임금 체불의 원인이 되는 하도급 등 산업구조적 요인을 손질하고, 상습 체불 사업주에 대한 제재 수위를 대폭 높이는 내용이 핵심이다. 노동부는 올해 하반기 근로감독을 대폭 확대해 전국 2만7000개 사업장을 점검하고 체불 청산율 87%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임금 체불액은 2024년 역대 최고액인 2조448억 원으로 처음 2조 원을 넘어섰고 피해 노동자 수는 28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올해 상반기에도 체불액 1조1005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5% 늘었다. 제조업(3015억 원, 27.4%), 건설업(2292억 원, 20.8%)이 전체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으며, 30인 미만 영세 사업장에서만 전체 체불액의 67%가 집중됐다. 외국인 체불액도 855억 원으로 전년보다 51% 증가했다.
노동부는 체불이 늘어난 원인으로 경기 둔화와 건설업 등 일부 업종의 다단계 하도급 구조, 그리고 체불 적발 시 사업주가 받는 처벌이 미약한 점을 꼽았다. 실제 임금체불 사건의 상당수는 벌금형에 그치고, 벌금액도 체불액의 30% 미만인 경우가 많았다. 또 명단 공개나 신용제재 요건이 엄격해 상습 체불 사업주 상당수가 제재망에서 빠져나갔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정부는 내달 23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근로기준법(상습체불사업주 근절법)을 통해 제재를 강화할 예정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상습적으로 임금을 체불한 사업주는 명단이 공개되고, 체불 자료는 신용정보기관에 제공된다. 명단에 오르면 정부, 공공기관 등이 발주하는 공사에 참여가 제한되거나 평가 감점을 받을 수 있다. 명단 공개 후에도 직원 임금을 반복해 체불하면 해당 사업주에 대해 출국 금지 조치를 내릴 수 있다. 명단이 공개된 사업주에겐 반의사불벌죄가 적용되지 않으며 고의성이 인정되면 피해 근로자가 법원에 최대 3배까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또 근로복지공단 내에 회수전담센터를 설치해 체불 사업주의 재산을 추적·징수하고, 국세 체납 절차와 같은 강제 징수 방안도 도입할 방침이다.
체불에 취약한 산업 구조를 개선하는 방안도 병행된다. 건설·조선업 등 하도급이 많은 업종에서는 도급 비용에서 임금 항목을 분리해 지급하는 ‘임금 구분 지급제’를 법제화하한다. 발주자가 하도급 노동자에게 직접 임금을 지급할 수 있는 전자대금지급시스템을 민간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정부는 퇴직금 체불을 줄이기 위해 퇴직연금을 5인 미만 사업장까지 단계적으로 의무화 할 예정이다.
노동부는 임금체불 법정형을 상향하고 경제적 제재 기준을 강화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체불범죄의 법정형은 기존 3년에서 횡령 등 범죄형량 수준인 5년으로 높인다. 또 현행 체불 사업주 명단 공개 대상을 3년 내 2회 이상 유죄확정에서 1회 이상으로 확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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