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일당에 속아 나흘간 모텔에서 ‘셀프 감금’ 상태로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범죄에 대한 반성문을 쓰던 20대 남성이 경찰에 구조됐다.
2일 대전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대구에 거주하던 A 씨(27)는 검찰을 사칭한 피싱 조직원의 전화를 받았다.
이 조직원은 A 씨 명의로 개설된 대포통장이 범죄에 이용됐다고 속이며 “검찰 수사를 위해 협조가 필요하니 대전에 있는 모텔로 이동하라”고 A 씨에게 지시했다. 이어 “죄가 없다면 시키는 대로 하라”며 다른 사람과의 연락을 끊고 그동안 잘못한 일을 모두 반성문으로 쓰라고 명령했다.
A 씨는 같은 달 28일까지 대전 용전동 한 모텔방에 머물며 A4용지 10여 장에 본인이 하지도 않은 범죄에 대한 내용을 빼곡히 적은 것으로 파악됐다.
A 씨의 부모는 아들과 연락이 닿지 않자 금융 사기를 의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A 씨 위치를 파악한 뒤 A 씨에게 범죄 피해 사실을 알렸다.
A 씨는 경찰을 믿지 못하고 아무런 피해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한 시간에 걸친 설득 끝에 피해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무죄 증명을 위해 돈을 준비하라는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말에 속아 부모로부터 2000만 원 등을 빌려 총 9000만 원을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사기단에 송금하진 않은 상태였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전화금융사기 범죄가 단순한 금전 요구를 넘어 피해자를 장기간 통제하는 가스라이팅 수법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의심스러운 전화를 받으면 즉시 112에 신고하거나 경찰관서로 직접 방문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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