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빵값 日의 2배…“마케팅 경쟁으로 비싸져”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9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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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통계 사이트 124개국 조사
2.9달러… 1위 아이슬란드 4.2달러

한국의 빵값이 전 세계에서 열한 번째로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 국가 가운데서는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글로벌 생활비 통계 사이트 ‘눔베오’에 따르면 2025년 9월 기준 한국의 식빵(500g) 평균 가격은 2.98달러(약 4150원)로 조사 대상 124개국 가운데 11위를 기록했다. 식빵 가격이 가장 높은 국가는 아이슬란드로 4.26달러였고, 스위스(3.81달러)와 미국이 뒤를 이어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상위 10개국은 모두 서양권 국가가 차지했다.

한국은 아시아 국가 가운데서 1위를 차지했다. 뒤를 이어 싱가포르가 21위(2.42달러), 홍콩 28위(2.26달러), 중국 43위(1.66달러) 순으로 조사됐다. 특히 일본은 1.51달러(약 2100원)로 54위에 머물렀다. 한국이 일본보다 두 배로 비싼 수준이다.

특히 일본 ‘팡메종’이란 빵집에서 시작되며 한국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소금빵은 일본 현지에서 120엔(약 1135원)에 판매되고 있으나 한국 대형 프랜차이즈에서는 2600∼2800원, 일반 베이커리에서는 3000원에서 4000원대 후반으로 가격이 형성돼 있다.

통계청 소비자물가조사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빵 소비자물가지수는 138.55로 기준 연도인 2020년(100) 대비 38.5% 상승했다. 같은 달 가공식품 물가가 전년 동기 대비 4.1% 오른 동안 빵 가격은 6.4% 올랐다. 한국인이 즐겨 먹는 간식인 치킨이나 떡볶이보다 더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식빵 한봉지, 韓 4150원-日 2100원… “마케팅 경쟁 이유로 비싼 빵 먹어”


아시아서 가장 비싼 한국 빵값
업계 평균의 3배 높은 인건비에
치열한 경쟁시장 마케팅비도 한몫

최근 구독자 361만 명을 보유한 경제 유튜브 채널 ‘슈카월드’를 운영하는 유튜버 슈카(전석재)가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연 ‘ETF베이커리’ 팝업스토어는 ‘빵플레이션’(빵+인플레이션) 논란을 재점화시켰다. ETF베이커리는 치솟는 빵값을 잡겠다며 소금빵과 플레인 베이글, 바게트 등을 990원, 식빵은 1990원이라는 파격가에 상품을 내놨다. 소비자들은 환호했지만 자영업자들은 “우리만 비싼 빵 파는 사람으로 몰렸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한국의 주요 빵 가격은 해외 주요국에 비해 높은 편이다. 아시아 1위 수준인 식빵 외에 바게트는 한국에서 5000∼6000원대인 반면에 프랑스 현지에서는 1.2유로(약 1950원)에 판매되고 있다.

국내 빵값이 비싼 이유를 제빵업자들의 ‘폭리’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인건비와 판매관리비, 치열한 시장 경쟁 구조가 빵 가격을 끌어올리는 주요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제과점은 대부분 다품종 소량 생산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은 동네 빵집에서도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요구하기 때문에 제빵사 인건비 부담이 큰 편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의뢰로 공주대 산학협력단 연구팀이 실시한 ‘제빵산업 시장 분석 및 주요 규제에 대한 경쟁영향평가’에 따르면 국내 빵 제조업체의 인건비 비중은 2022년 기준 28.7%로 식품제조업 평균(8.1%)의 3배 수준을 넘는다. 이에 반해 국내 빵 제조 비용 중 원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기준 50.1%로 면류(75.1%), 커피 및 코코아(65.1%), 음료류(63.9%), 과자류(57.9%)에 비해 낮다.

치열한 경쟁 시장이라는 점도 빵 가격 인상에 한몫을 한다. 자영업자들은 인구 대비 빵집 수가 많아 작은 동네 빵집조차 마케팅을 하지 않으면 버티기 어렵다고 말한다. 국내 제빵 사업체 수는 2012년 1만3577개에서 2023년 2만8184개로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한 제빵업계 관계자는 “빽빽한 경쟁 속에서 생존을 위해 마케팅과 광고에 돈을 써야 하고, 소비자 선택을 받으려면 포장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했다.

대기업이 운영 중인 프랜차이즈 빵집이 사실상 가격 형성의 기준점 역할을 한다는 점도 국내 빵값이 높아지는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공정위 보고서는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전국 단위로 점포를 운영하며,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보고서에서 일본과 한국 빵 시장을 비교하며 일본은 식사용 빵 수요가 높은 데 비해 한국은 디저트형 소비가 중심인 점도 가격 격차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제품 다양성, 포장과 마케팅 비용이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슈카 팝업스토어가 저렴한 빵을 선보일 수 있었던 이유로 고정 비용 최소화와 유통 구조 단순화를 꼽았다. 슈카 베이커리는 산지 직송으로 원재료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복잡한 성형 공정을 줄이고 단순한 품목만 판매해 인건비를 최소화했다. 여기에 포장도 배제해 관련 비용을 없앴다. 이러한 방식은 포장이나 빵 외양까지 신경 써야 하는 일반 판매자들이 도입하기엔 어려운 판매 구조다.

홍연아 공주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빵값은 특정 요인 하나보다 원재료비, 인건비, 임대료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봐야 한다”고 했다. 공정위는 보고서에서 “국내 제빵업은 제품 생산부터 소비자 판매까지의 유통 단계가 복잡하고 비효율적이며 소매점 중심의 경쟁 구도가 심화되고 있다”면서 유통구조 개선 필요성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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