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오봉저수지 저수율 13%대로 떨어져…사실상 ‘바닥’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9월 3일 14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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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반급수 6582t 지원에도 역부족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는 3일 강원 강릉시 오봉저수지 바닥이 드러나 있다. 강릉 지역 주요 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전날 14.4%에서 더 떨어져 14.1%를 기록했다. 2025.09.03. [강릉=뉴시스]
연일 이어지는 가뭄으로 강원 강릉의 대표 생활용수원인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3일 저수율은 13%대까지 추락하며 사실상 ‘바닥’을 드러냈다.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후 기준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13.9%로 전날보다 0.3%포인트 더 떨어졌다. 평년 같은 시기 평균 저수율(70% 안팎)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오봉저수지는 강릉시민 약 8만 명의 생활용수를 담당하는 핵심 저수지로, 가뭄이 길어질수록 시민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당국은 저수율 하락에 따라 비상 급수와 대체 수자원 투입으로 대응하고 있다. 지금까지 소방차 71대, 군 물탱크 70대 등 총 185대의 차량·장비를 동원해 오봉저수지와 홍제정수장 등에 6582t의 물을 공급했다. 더불어 2만1500t에 달하는 대체 용수를 확보해 생활용수로 돌리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 해결책이 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시민 불편은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강릉시는 지난달부터 수도 계량기의 75%를 잠그는 강력한 제한 급수를 시행 중이다. 이에 따라 가정집에서는 샤워와 세탁을 미루거나 생수를 사다 먹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시내 공중화장실 47곳이 문을 닫았고, 수영장 3곳도 운영을 중단했다. 학교 밖 청소년지원센터 내 청소년 카페 2곳 역시 물 사용이 어려워 문을 닫았다.

행정안전부와 환경부, 강원도, 강릉시 등이 참여한 ‘범정부 가뭄 대응 현장지원반’도 가동 중이다. 현장지원반은 가뭄 피해 실태를 조사하고, 용수 대책을 조율하며 추가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제한 급수와 비상 급수로 대응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신규 수원 개발과 시설 보강 방안을 강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가뭄 피해는 강릉을 넘어 인근 지역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삼척시 역시 생활용수 부족으로 주민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삼척시에 따르면 도계읍과 원덕읍, 근덕면, 미로면, 노곡면 등 8개 읍면 22개 마을 442가구가 비상 급수 지원을 받고 있다. 이 지역 주민들은 그동안 지하수와 계곡물을 생활용수로 써왔으나, 가뭄이 장기화되면서 수원이 말라붙었다.

삼척시는 소방차를 동원해 마을 공동 집수정에 물을 공급하고, 이를 각 가정으로 연결된 수도망에 흘려보내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직접 집집마다 공급하지는 못하지만, 공동 집수정을 활용해 최소한의 생활용수는 보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농업용수 공급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어 하천 준설과 양수기 투입을 병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극심한 가뭄이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강릉과 삼척 등 동해안 지역은 지형적 특성상 강수 편차가 크고 댐이나 대형 저수지가 부족해 가뭄에 취약하다. 지역 내 안정적인 수자원 확보를 위한 장기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강릉#가뭄#오봉저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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