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업 부녀와 다투다 살해… 중재하러 왔던 본사 임원도 숨져
범행후 자해한 피자 점주는 중상
“1년 보증기간 지나 유상수리” 갈등… 경찰, 가맹 구조와 관련 여부 조사
전문가 “울분 폭발해 극단범죄로”
3일 오전 서울 관악구 조원동의 한 식당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으로 3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친 가운데, 경찰 과학수사팀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경찰은 식당 사장인 40대 남성 피의자가 인테리어 업자와 갈등 끝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3일 오전 서울 관악구 조원동의 한 피자 프랜차이즈 가맹점에서 40대 점주가 흉기를 휘둘러 본사 임원과 인테리어 업자 부녀 등 3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의 배경에 인테리어 수리 비용을 둘러싼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 “인테리어 업체와 수리비로 갈등”
3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57분경 관악구 조원동의 한 피자 가게에서 업주인 40대 남성 A 씨가 체인 본사 임원인 40대 남성과 인테리어 업자인 60대 남성, 30대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인테리어 업자 남녀는 부녀지간으로 확인됐다. 흉기는 매장 주방에 있던 칼이었다.
경찰은 “살려달라”는 절규 섞인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신고자는 현장에 있던 피해자 중 한 명으로 추정된다. 피해자 3명은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고, A 씨는 범행 직후 자해해 중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찰과 체인 본사 등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이날 오전 매장을 찾았다가 변을 당했다. A 씨는 2023년 10월 가맹 계약을 맺고 매장을 운영해 왔는데, 최근 ‘아침에 출근했더니 타일이 깨져 있었다. 물이 새는 것 같다’며 인테리어 업체에 책임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업체 측이 ‘보증 기간(1년)이 지나 유상 수리해야 한다’고 대응하며 갈등을 겪었다는 것이다. 체인 본사 임원은 A 씨와 인테리어 업자 사이의 갈등을 중재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고 한다.
이날 해당 체인 본사는 입장문을 내고 “본사는 A 씨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고, (갈등을 빚은) 인테리어 업체는 A 씨가 직접 선택해 계약한 곳이었다”고 주장했다. 가맹 본부의 갑질 등 부당한 계약이 없었다는 취지다. 경찰은 A 씨가 회복되는 대로 신병을 확보해 범행 동기와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 지난해 가맹 분쟁 584건
해당 체인은 창업 점주들에게 교육비 약 300만 원, 주방 장비 2300만∼2800만 원 등 총 5000만 원 이상의 비용을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조명, 타일, 바닥 등 인테리어 비용은 별도로 받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본사 측은 “가맹점주가 인테리어를 직접 할 수 있도록 돕고 있으며, 업체 선정에 대해 조언을 해줄 뿐 인테리어와 관련한 어떠한 리베이트도 받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는 가맹점 인테리어 공사를 사실상 본사에서 지정한 업체에서 하도록 유도하는 경우가 잦은데, 경찰은 이번 사건이 이런 구조와 관련이 있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지난해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접수된 분쟁 조정 4041건 가운데 584건이 가맹 거래와 관련한 것이었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에 따르면 유명 프랜차이즈 브랜드 17곳에서 가맹점주 2491명이 가맹금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일상 속 갈등이 살인과 같은 극단적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잇따르며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살인 사건(미수 포함) 피의자 795명 중 ‘당사자 간의 대인 갈등’으로 인해 저지른 피의자가 257명(32.3%)으로 가장 많았다. 상대방과의 갈등으로 인한 분노가 개인적 감정에 그치지 않고 살인이라는 비극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일상 속 갈등이 범죄화되는 과정엔 억눌려 있던 ‘분노’가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개인적인 불화 관계로 스트레스와 울분이 축적되다, 사소한 문제가 하나의 ‘트리거’가 되어 살인이나 흉기 난동으로 비화하는 것”이라며 “반복된 좌절과 분노가 결국 무고한 사람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부른다”고 분석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사회·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일상적 다툼이나 갈등이 ‘생활형 범죄’로 비화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범죄로 연결되지 않도록 치료와 예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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