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김화영]부산 여고생 3명 사망 사건, 원인 못 찾고 접나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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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영·부산경남취재본부
김화영·부산경남취재본부
부산에서 예술을 전공하던 여고생 3명이 숨진 사건을 수사해 온 경찰이 조만간 사건을 종결할 예정이다. 사망 원인을 조사한 해운대경찰서 관계자는 4일 “휴대전화 포렌식 등을 진행하며 면밀히 살펴봤으나 범죄 연루나 타살 정황은 없었다”고 밝혔다. 부산시교육청은 특별감사에서 학교와 학원 간 입시 카르텔 문제는 확인했으나 사망 원인에 대한 단서는 찾지 못했다고 했다. 교장의 비위 행위 혐의에 대한 수사는 금정경찰서가 계속 진행 중이다.

일부 유족과 동료 학부모는 3명의 죽음에 대한 의문이 해소되지 않았다며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숨진 학생들과 같은 반에 다닌 딸을 둔 이모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유명 콩쿠르 본선에 오를 만큼 실력이 탄탄한 학생이 돌연 극단적 선택을 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또 “숨진 3명이 다닌 학원은 모두 달라 동일한 입시 카르텔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명명백백하게 사망 원인이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부모들은 경찰이 학생들이 처했던 학교의 특수한 상황을 충분히 살펴봤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다른 학년에는 실기 강사가 5명 안팎이었지만, 숨진 이들이 속한 2학년은 1명이 모든 실기를 맡았다. 학생과 강사 사이의 문제가 사망 원인과 연관됐는지 다각도로 수사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해운대경찰서 관계자는 “사망 원인에는 사적인 내용이 포함돼 공개할 수 없다”며 “유족에게는 충분히 설명했다”고 말했다.

사건 발생 두 달이 지나도록 죽음의 원인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고, 학교에 남은 친구들은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16명이었던 반 학생은 현재 10명만 남았다. 3명이 숨지고 3명이 전학을 간 뒤다. 남은 학생들은 ‘세 명이 숨진 학교 출신’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설령 전학을 가더라도 쉽게 적응하기 어렵다며 서로를 위로하고 있다. 수업 운영에도 차질이 있었다. 지난달 중순 개학 이후 실기 강사가 없어 수업 공백이 이어지다 최근에야 강사 3명이 충원됐다.

전문가들은 심리적 충격을 겪는 학생들을 위해 교육 당국과 지역사회의 세심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친구들이 떠난 교실이 아닌 별도의 쾌적한 공간에서 예술 실기 등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대안 마련도 검토돼야 한다.

경찰과 교육 당국은 학생들이 숨지게 된 정확한 이유를 다시 살펴봐야 한다. 구조적 문제가 직접적 요인이었는지 등이 규명돼야 비슷한 참사가 되풀이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부산#예술 고등학생#사망 사건#경찰 수사#입시 카르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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