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 프로그램인 텔레그램을 이용해 대규모로 마약을 유통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대구경찰청이 압수한 마약류. 대구경찰청 제공
수백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규모의 마약류를 해외에서 밀수입해 전국에 퍼뜨린 유통조직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려고 텔레그램으로만 연락하며 가상자산으로 대금을 받고 거래했고, 야산 등에 마약을 숨겨두고 비대면 방식으로 판매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경찰청 형사기동대는 4일 베트남 등지에서 마약류를 밀수입해 국내에 유통한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범죄집단조직)로 판매총책과 국내 유통책, 운반책 등 17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또 구매자 등 4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7월부터 지난달까지 베트남 등 해외에서 국제택배를 통해 들여온 필로폰, 케타민, 합성대마 등 마약류 70여 kg을 불특정 다수에게 판매해 약 60억 원의 불법 수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조직원 대부분이 20, 30대인 이들은 판매총책, 운반책, 결제대행책 등으로 역할을 나눠 사실상 사업체처럼 조직을 운영했다. 검색포털이나 텔레그램에 광고 글을 올려 구매자를 텔레그램 판매방으로 유인한 뒤, 가족관계증명서 등으로 신원을 확인하고 나서야 가상자산을 받고 마약을 건넸다. 공급은 ‘던지기’ 수법으로 이뤄졌다. 운반책이 도심의 야산이나 아파트 배관함 등에 마약을 미리 숨겨둔 뒤 은닉 장소를 구매자에게 알려주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운반책은 음식 배달원 복장을 하는 등 변장하기도 했다.
경찰은 구매자로 위장해 운반책을 먼저 붙잡은 뒤 판매총책과 구매자 등을 잇달아 검거했다. 또 유통조직의 주거지에서 마약류 26.6kg과 현금 20억 원, 10억 원 상당의 명품 시계 11점도 압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베트남 현지 밀수책을 추적하기 위해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했다”며 “마약류를 구입한 인원이 1000명 이상인 것으로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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