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를 지나며 Z세대와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던 유행이 등장했다. 쌉싸름한 말차와 ‘할매 입맛’의 대표 주자인 인절미 같은 전통 간식부터 경복궁 나들이, 국가유산청 굿즈까지 전통과 ‘힙’의 경계를 넘나드는 조합이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엔 전통 목조건축 색감을 입힌 키보드 키캡과 교통카드도 주목받고 있다. 이번 주 Z세대의 감각에 다가온 낯선 듯 익숙한 유행을 들여다본다.
#아침 갓생 루틴 ‘콘서트’
오전 6시에 열린 장범준 콘서트. 인스타그램 장범준 계정 캡처
Z세대는 아침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는다. 미라클 모닝이 유행하면서 아침부터 러닝이나 필라테스 같은 운동은 물론, 독서나 외국어 공부로 하루를 여는 이가 늘고 있다. 직장 근처 러닝 크루는 선착순 회원 마감이 일상일 정도로 ‘출근 전 루틴’을 생활화한 ‘갓생러’가 많다.
Z세대가 혹할 만한 새로운 아침 루틴이 생겼다. 인스타그램 매거진 ‘1%클럽’은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과 커피를 접목한 ‘파차 커피 파티(Paccha Coffee Party)’를 열었다. 한밤중부터 새벽까지 술을 마시는 기존 파티와 달리 주말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커피를 마시며 즐기는 낮 파티다. 오전 운동을 마친 뒤 EDM을 들으며 커피 한 잔을 즐기는 이색 조합은 Z세대 맞춤형 취미로 입소문이 나고 있다.
가수 장범준도 아침 루틴에 합류했다. 8월 15일 오전 6시에 연 ‘장범준 미라클 모닝 공연’이 화제를 모았다. 보통 공연은 늦은 오후나 밤 시간대에 하는 경우가 많다. 가수 컨디션이나 관객의 활동 시간을 고려한 관행이다. 그러나 꼭두새벽부터 열린 이 공연은 예매 오픈과 동시에 팬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었다. 티케팅 후 개설된 오픈채팅방에선 “밤새우는 건 하수, 일찍 자는 게 고수”라는 반응이 오갔고, “새벽 공연이면 다른 일정에 지장 없이 즐길 수 있어 오히려 좋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Z세대의 오전 시간 활용은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로 굳어지고 있다. 아침을 활기차게 여는 이들의 다음 루틴은 어떤 모습일까.
#참을 수 없는 귀여운 섬네일
관세청 마약탐지견 자질 평가 영상. 유튜브 채널 관세청 캡처최근 관세청 유튜브 영상 섬네일이 Z세대의 눈길을 끌고 있다. 클릭을 유도한 건 마약탐지견 사진과 센스 있는 멘트였다. 댓글에는 “귀여움에 홀려 들어왔다”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귀여운 것이 세상을 구한다’는 Z세대의 작은 믿음처럼 동물이 등장하는 콘텐츠는 꾸준히 인기다.
이제는 인공지능(AI)도 귀여움을 만드는 시대다. 생성형 AI로 만든 동물들이 사랑받고 있다. AI 햄스터 유튜버 ‘정서불안 김햄찌’는 구독자 54만 명을 돌파하며 Z세대 마음을 사로잡는 중이다. 단순히 귀엽기만 한 게 아니라 일상 공감 포인트도 많다. 회사 생활을 풍자한 영상은 Z세대 직장인들이 “너무나 나 같다”며 웃픈(웃기면서 슬픈) 반응을 보이는 대표 사례다.
동물 마케팅의 대표 사례로는 하나투어의 유튜브 시리즈 ‘무해한 여행’이 있다. 특정 여행지에서만 만날 수 있는 귀여운 동물을 소개하는 콘텐츠로, 쿼카 편에서 입소문을 탔다. “나 안아, 벌금 내면 되잖아”라는 제목과 함께 등장한 쿼카는 섬네일부터 자막, 편집까지 빈틈없이 귀여웠다. 내셔널지오그래픽 다큐멘터리를 떠올리게 하는 콩글리시 내레이션도 B급 매력을 더했다. 최근엔 카피바라 편이 새롭게 공개됐다. 하나투어의 전략은 명확하다. 마케팅 같지 않은 마케팅. 귀여운 동물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해당 여행지 항공권을 검색하고 있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다양한 브랜드와 채널들이 동물 콘텐츠에 도전하고 있다. 귀여움은 더는 옵션이 아니다. Z세대의 클릭을 유도하는 필수 전략이다.
#사탕으로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사탕을 녹여 만든 그릇에 담아낸 빙수. 인스타그램 ‘akkiri_’ 계정 캡처Z세대는 무엇이든 가만히 두지 않는다. 평범한 디저트도 새로운 레시피로 재탄생시키고, 두바이 초콜릿처럼 인기가 많아 구하지 못하는 제품은 직접 만들어낸다. 창의력과 도전 정신만 있으면 언제든 손으로 구현할 수 있다.
요즘 Z세대가 빠진 새로운 놀거리는 사탕이다. 인스타그램 사용자 ‘아끼리(@akkiri_)’는 사탕을 오븐에 구워 그릇을 만드는 영상을 올려 조회수를 모았다. 동그란 사탕들을 붙여 오븐에 구우면 알록달록한 색으로 녹아내리는데, 이걸 곧바로 뒤집어 모양을 잡으면 진짜 그릇이 완성된다. 이 그릇에 얼음과 시럽으로 만든 빙수를 올리자 “사탕 어디서 샀나요?” “이거 진짜 먹을 수 있는 건가요?” 같은 댓글이 달렸다.
전자레인지 버전도 있다. 사탕을 돌린 뒤 빨대로 콕 찍으면 어릴 적 문방구에서 사서 불며 놀던 풍선껌처럼 부풀어 오른다. 릴스에서 이를 본 Z세대는 “이건 꼭 따라 해야 한다”며 직접 도전하는 모습까지 인증했다. 고민보다 행동이 빠른 Z세대에게는 손에 든 사탕마저 공예 재료이자 실험도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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