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가서 빨래해”…물 절약 일상 된 강릉 시민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9월 8일 13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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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강릉의 한 아파트 안내판에 단수 안내문이 붙어있다. 강릉시는 6일부터 아파트와 숙박시설 등 대수용가에 대해 강화된 제한급수를 시행하고 있다. 강릉=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강원 강릉시 교동의 한 아파트에 사는 장성우 씨(45)는 집에서도 일회용품을 쓴다. 설거지 물을 아끼기 위해서다. 정수기 물 대신 생수를 먹은 지는 오래다. 세수한 물은 변기에 다시 사용한다. 지난 주말에는 평창 처가에 가서 빨래를 했다.

장 씨는 “아직 단수를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마음이 불편해 최대한 물을 아껴 쓰고 있다”며 “하루빨리 가뭄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는데 비 소식이 없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 친정이나 시댁으로 ‘물 피난’

8일은 강릉에 재난사태가 선포된 지 열흘째다. 물 부족이 장기화되면서 강릉시민의 일상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6일부터 아파트 등 대형 건물 123곳을 대상으로 제한급수가 실시돼 시간제 단수가 이뤄지면서 물 절약은 생활화됐다.

한 아파트는 안내문을 통해 “우리 아파트는 4일 후 물을 공급받을 예정으로 입주민들은 사용량을 지금보다 50% 줄여야 4일을 사용할 수 있으니 최대한 아껴 줄 것을 간곡히 부탁한다”고 알렸다.

주민들은 빨래와 설거지를 모아 하는 것은 기본이고, 머리 감기는 이틀에 한 번, 샤워는 최대한 짧게 끝낸다. 친정이나 시댁으로 물 피난을 떠나기도 한다. 단수를 대비해 욕조에 물을 받아 두는 것도 일상이다. 샤워는 며칠 참을 수 있어도 변기 사용은 막을 수 없어 최소한의 물은 반드시 필요하다.

강릉의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생후 20일 아기 데리고 시댁으로 떠납니다”, “동해 친구 집에 가서 빨래 돌리고 왔어요”, “설거지하다 물 뚝… 난감합니다”, “변기 밸브 잠그고 허드렛물 넣어 씁니다” 등 물 부족으로 인한 불편과 절약 사례들이 잇따라 올라왔다.

● 양양 사우나 “강릉시민 특별할인”

강릉의 3개 공공수영장이 7월 중순부터 운영을 중단한 데 이어 대형 숙박시설의 수영장과 사우나도 잇따라 문을 닫았다. 8일 강릉시에 따르면 관내 대형 호텔·리조트 10곳 가운데 6곳은 수영장과 사우나 운영을 한시 중단했고, 2곳은 수영장만 운영하지 않고 있다.

양양의 한 리조트 온천사우나는 강릉시민에게 특별 할인 혜택을 제공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리조트는 강릉시민과 어려운 시기를 함께 극복한다는 취지로 정상가 4만4000원의 요금을 8000원으로 낮춰 받기 시작했다.

강릉과 인접한 양양의 한 리조트가 강릉시민에 한해 온천사우나 이용요금을 특별할인한다는 안내문을 게시했다. 홈페이지 캡쳐
강릉과 인접한 양양의 한 리조트가 강릉시민에 한해 온천사우나 이용요금을 특별할인한다는 안내문을 게시했다. 홈페이지 캡쳐


음식점 등 소상공인들의 불편과 불안도 커지고 있다. ‘물 부족 도시’라는 이미지가 퍼지면서 관광객이 줄어든 데다 주 수원인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계속 낮아지면서 단수 가능성까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상인들은 단수가 되면 가게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며 하소연한다.

중앙시장에서 국밥집을 운영하는 소경숙 씨(65)는 “35년 동안 장사하면서 이런 일은 처음 겪는다”며 “단수가 예고되면 가게를 닫고 멀리 떠나 있다 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 해양대 실습선도 투입…육해공 급수작전

물 확보를 위한 민·관·군의 사투도 이어지고 있다. 8일에는 소방차 101대, 군용 차량 400대, 해군·해경 함정 3대, 육군 헬기 5대, 강원도 시·군 지원 차량 18대, 민간 차량 27대 등 총 560여 대가 투입돼 주 수원인 오봉저수지와 홍제정수장에 물을 공급했다. 소방청이 전날 2차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하면서 소방차 20대가 추가로 동원됐다. 국립한국해양대 실습선 ‘한나라호’도 강릉항에 급파돼 소방차 300대 분량에 해당하는 1000t의 물을 공급했다.

강릉시 운반급수에 투입된 소방차가 홍제정수장에 물을 공급하고 있다. 동아일보DB

강원도는 운반급수, 남대천 용수 개발, 보조 수원 활용 등을 통해 하루 3만t 안팎의 수원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갈수록 줄어드는 오봉저수지 물을 채우기에는 역부족이다.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8일 오봉저수지 저수율은 전날보다 0.3%포인트 낮은 12.4%를 기록했다. 강원도는 비가 내리지 않고 현 감소세가 유지될 경우 오봉저수지 사용 가능 기한을 이달 30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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