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공, 시화호 조력발전소 가동해 경기 안산에 연간 5억 kWh 공급
국내 최초 RE100 도달 검증 신청
韓 이행률 12%… 전력 조달 뒷받침
2030년까지 연간 1.5GW 생산 예정… 삼성전자-네이버 등 공급 계약 마쳐
경기 안산시 단원구 시화호 조력발전소 전경. 한국수자원공사는 조력발전 등을 통해 얻은 친환경에너지를 전력구매 계약 등의 방식으로 다른 기업들이 ‘RE100’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제공
8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대부동동 시화호 조력발전소. 밀물 때 바닷물을 시화호로 유입하며 발전하고 유입된 바닷물은 썰물 때 수문으로 배수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한국수자원공사가 운영하는 세계 최대 규모 조력발전소로 2011년 건립돼 연간 약 5억 kWh(킬로와트시)를 발전하며 인구 61만 명의 안산에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한때 ‘죽음의 호수’라고 불렸던 시화호를 정화하는 데 크게 이바지하며 환경 오염지가 친환경 시설로 탈바꿈한 사례로 기록됐다.
재생에너지로 분류되는 조력발전은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처럼 발전량에서 변동성이 크지 않아 예측 가능한 방법으로 꼽히며 안정적인 ‘RE100’ 전력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RE100은 비정부기구(NGO) 클라이밋그룹 주도로 최소 2050년까지 기업의 사용 전력량의 100%를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겠다는 캠페인이다.
● 글로벌 RE100 이행률 53%… 韓 12% 그쳐
글로벌 기업의 RE100 이행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빅테크 기업들은 협력업체에 RE100 가입과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고 있다. RE100 가입 기업은 2020년 315곳에서 지난해 424곳으로 늘었다. 이들 기업 평균 RE100 이행률도 41%에서 53%로 올랐다. RE100은 이제 비정부기구(NGO) 주도의 캠페인 차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국내 기업의 RE100 달성률은 12%에 그쳤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도 해외 사업장들은 100%에 가까운 이행률을 보이지만 RE100 이행 수단이 제한적이라 좀처럼 RE100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클라이밋그룹은 지난달 산업통상자원부에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 강화와 전력구매 계약(PPA) 확대 등을 제안했다. PPA는 발전 사업자와 수요 기업이 직접 재생에너지 전력 구매 계약을 맺는 제도다.
조상민 한국공학대 융합기술에너지대학원 교수는 “PPA는 기업들이 효과적으로 RE100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며 “재생에너지 시장의 독점 구조를 완화하고 발전 사업자에게 계약 구성의 자율성을 더 많이 부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은 재생에너지 조달 방식의 한계 등으로 RE100 목표 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외 기업들은 RE100 이행 수단 중 하나로 발전 사업자와 수요 기업이 직접 장기 재생에너지 전력 구매 계약을 맺는다. 기업의 자체 재생에너지 설비만으로는 100% 에너지 전환이 어렵기 때문에 외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PPA를 맺어 필요한 전력량을 확보하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PPA를 통한 RE100 조달 구성 비율은 27%에 이른다.
반면 국내에서는 전력시장 독점 구조 등의 이유로 한국전력을 거치지 않으면 기업이 재생에너지를 구매하기 어렵다. 국내 기업의 PPA 조달 비율은 0.3%에 그친다.
● 수공, 국내 첫 RE100 달성 눈앞에
대전 대덕구 한국수자원공사 본사 물관리종합상황실. 발전통합운영시스템을 통해 조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 현황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한국수자원공사 제공수공은 최근 글로벌 RE100에 가입한 국내 회원사 36곳 중 최초로 탄소 정보공개 프로젝트(CDP)에 RE100 도달 검증을 신청했다. CDP는 글로벌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평가기관으로 내년 6월 연차 보고서를 통해 RE100 달성 기업을 발표한다.
시화호 조력발전소는 시화호와 바다 사이의 조석에 의한 수위 차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한다. 수공은 조력 발전 이외에도 수열, 수상 등 발전원을 통해 2030년까지 연간 1.5GW(기가와트)를 추가로 확대할 예정이다. 수공은 또 재생에너지 본부를 신설하고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력 일부를 수출 기업 등과 PPA를 맺어 RE100 달성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단일기업 최대 규모인 296MW(메가와트)를 삼성전자, 하이닉스, 네이버 등 5개 기업과 계약했다.
윤석대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은 “RE100 이행을 추진하며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충실히 이행하면서 민간기업의 RE100 달성을 돕는 역할을 할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수상태양광, 수열 등 물 에너지를 개발해 국내 산업계가 글로벌 공급망 경쟁에서 앞서 나갈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장기 전력 구매 계약(PPA)
발전 사업자와 수요 기업이 직접 재생에너지 전력 구매 계약을 맺는 제도. 각 기업의 자체 재생에너지 설비만으로는 100% 에너지 전환이 어렵기 때문에 외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PPA를 맺어 필요한 전력량을 확보한다. 세계적으로 PPA를 통한 RE100 조달 구성 비율은 27%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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