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훈 전 대통령국방비서관(육군 중장·현 국방대학교 총장)이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채 상병 특검(특별검사 이명현) 사무실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특검이 임기훈 전 대통령국방비서관으로부터 “윤석열 전 대통령이 군 수사조직 축소를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및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채 상병 특검(특별검사 이명현)은 임 전 비서관을 7월 25일부터 지난달 20일까지 세 차례 불러 조사하며 이와 같은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부 지시를 어긴 것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의심되던 군 수사조직 축소 보고서 작성의 최초 지시자가 윤 전 대통령이었다고 주장한 것이다.
특검은 2023년 8월 국방부가 작성한 6쪽 분량의 ‘군 수사조직 개편 계획’ 문건을 확보하고 해당 문건이 작성된 경위와 배경 등에 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해당 문건에는 국방부 조사본부와 육해공군 및 해병대 군 수사단 등 군 관련 사건을 수사하는 인력을 50% 가량 감축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해병대 수사단의 경우 감축 규모가 61%로 가장 컸다.
해당 문건은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대통령실과 국방부 지시를 무시하고 경북경찰청에 채상병 사망 사건 수사기록을 이첩한 다음날인 2023년 8월 3일부터 작성되기 시작했다. 특검은 보고서 작성 시기와 방식 등이 이례적이라 판단하고 상부 지시를 어긴 해병대 수사단과 국방부 조사본부 등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보고서가 만들어 진 게 아닌지 확인하고 있다.
특검은 이시원 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으로부터 “임 전 비서관이 문건을 작성하라고 지시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특검은 이 전 비서관이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문건 작성에 대해 논의했으며, 이후 국방부에서 해당 문건이 만들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전 비서관으로부터 ‘대통령 지시’라는 진술을 확보하면서 특검은 ‘윤석열-임기훈-이시원-유재은’으로 이어지는 ‘군 수사조직 축소’ 지시 전달 과정을 확인하고 최초 지시자를 윤 전 대통령으로 특정할 것으로 보인다.
윤 전 대통령은 2023년 7월 31일 대통령실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자로 적시한 해병대 수사단 초동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격노한 뒤 임 전 사단장의 혐의를 제외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전 비서관은 “윤 전 대통령이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기록 회수, 박 대령의 항명죄 수사·처벌 등에 관심을 보였다”고 특검에 진술한 바 있다.
채 상병 사망 사건과 관련한 일련의 외압에 윤 전 대통령이 광범위하게 관여했다는 것을 확인한 특검은 향후 윤 전 대통령을 상대로 관련 지시 여부와 이유 등을 직접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특검은 ‘구명로비 의혹’에 대한 수사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개신교계 구명로비 통로’로 지목된 김장환 극동방송 이사장에게 11일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라고 재차 통보했으며, 김 이사장이 계속 불출석할 경우 ‘공판 전 증인신문’을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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