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학부모 스스로 ‘교권 보호’ 현수막 제작·게시
서명운동·피켓시위 등 해당 초교 정상화 위해 힘 모아
뉴시스
울산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부모의 악성민원으로 인한 교권침해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해당 학교 학부모들이 직접 교권 회복을 촉구하는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교권보호’를 호소하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을 사비로 내걸고, 서명운동을 받는 등 학교 정상화를 위한 노력에 적극 나서고 있다.
9일 오전 해당 초등학교 주변 통학로. 이 학교 주변으로 현수막 10여개가 내 걸렸다. 현수막에는 ‘제2의 서이초 사건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교권을 지켜주세요’ ‘교권침해는 곧 아이들의 피해입니다. 학생들의 배움을 지켜주세요’ ‘교권의 무너짐은 우리 아이의 무너짐, 교권이 서야 우리 아이도 바로 섭니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민원을 제기한 학부모를 향한 비판의 문구가 담긴 현수막도 있었다. 이 현수막에는 ‘당장 멈춰주세요. 당신의 악성민원으로 우리 아이들이 고통받고 있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이 현수막 제작은 학교 주변 대단지 아파트 한 커뮤니티에서 시작됐다. 교권침해 사건이 불거지자 커뮤니티에서는 교권보호를 위해 함께 행동에 나서자고 뜻을 모았다. 뜻이 맞는 일부 학부모들이 십시일반 사비를 모아 현수막 제작에 나선 것이다.
이날 학교 통학로에서 만난 한 학부모는 “그간 선생님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생각하니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선생님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학부모들이 많다는 걸 표현하고 싶어 동참하게 됐다. 피켓시위 등 다른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한 악성민원인 때문에 학부모 전체가 욕을 먹고 있고, 정상적인 학사 운영도 어렵게 하고 있다”며 “학교 교육을 바로 세우고자 하는 학교와 선생님들의 의지를 존중 교육의 한 주체로 이를 응원하고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이 커뮤니티에서는 이날부터 교권침해 근절·보호를 위한 온라인 서명운동도 돌입했다. 이날 현재 오후 3시까지 200여명의 서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은 온라인서명 결과를 조만간 울산시교육청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울산시교육청은 8일 천창수 울산교육감이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침해한 모 초등학교 1학년 학부모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협박, 무고 등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울산에서 교육감이 교육활동 침해를 이유로 학부모를 형사고발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학부모는 올해 2월 말부터 1학년 담임교사 A씨에게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다. 담임교사는 입학 준비 안내 연락을 하는 과정에서 학부모로부터 “아이가 불안해 하니 휴대폰 사용을 허락해 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A교사는 “학교 규칙상 교내에서는 학생들의 휴대폰 사용이 금지돼 있어 어렵다”고 안내 했다. 그러자 이 학부모는 “만약 우리 애가 죽으면 책임질 수 있느냐”고 따졌고, 이후 수업시간에 전화를 하거나 문자 폭탄을 보내는 등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했다.
견디다 못한 A교사는 지난 6월 교육청 교육활동보호센터에 신고했다. 지역교권보호위원회는 교육활동 침해행위로 판단해 B씨에게 특별교육 이수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B씨는 이후에도 태도를 바꾸지 않고, A교사에게 아동학대 신고와 소송을 예고하는 내용증명 우편을 보내는 등 위협적인 행동을 이어갔다. 계속된 정신적 스트레스와 압박에 시달리던 A교사는 결국 휴직 후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이 사태로 1학년 담임교사들은 집단 병가를 내 수업을 거부하는 한편, 예정된 수학여행, 운동회가 취소되는 등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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