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살려야”…평창 도암댐 24년만에 비상 방류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9월 10일 10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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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질 문제로 가동 안했지만 ‘특단의 대책’
물 15만t 저장…준비 기간 거쳐 20일 공급

평창 도암댐. 뉴스1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강원 강릉시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평창 도암댐 물길이 24년 만에 다시 열린다. 강릉시는 가뭄 대응을 위해 도암댐 도수관로 비상 방류수를 한시적으로 수용하기로 했다고 10일 밝혔다. 준비 기간을 거쳐 오는 20일쯤 시험 방류를 진행하고, 수질 검증에서 이상이 없으면 즉시 본격 방류에 들어갈 예정이다.

● 하루 1만t씩 강릉 남대천으로 공급

강릉시는 조만간 학계와 시민단체로 수질검증위원회를 구성해 방류수의 수질과 방류 체계 안정성을 확인할 계획이다. 자체 검사에서 생활용수로 부적합하다는 결과가 나오면 비상 방류를 즉시 중단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환경부와 원주지방환경청은 “도수관로의 물은 정수처리를 거치면 먹는 물 수질 기준을 충족한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현재 15.5㎞ 도수관로에는 약 15만t의 물이 고여 있으며, 하루 1만t가량을 남대천에 흘려보낼 수 있다. 강릉시는 이를 홍제정수장으로 끌어와 생활용수로 활용할 예정이다.

강원 강릉시 주상수원인 오봉저수지 수문 아래까지 바닥이 훤히 드러나 있다. 10일 오봉저수지 저수율은 12%였다. 동아일보DB
도암댐은 1990년 남한강 최상류 송천에 건설된 발전용 댐으로, 대관령 일대의 물을 모아 도수관을 통해 강릉수력발전소로 보내 전기를 생산한 뒤 남대천으로 방류하는 유역변경식 발전소다. 그러나 석회암 지형과 고랭지 농업, 목장 분뇨 등 오염원이 유입되면서 수질 문제가 불거졌고, 2001년 가동이 중단됐다.

최근 환경부가 “2006년 이후 가축분뇨법 제정과 오염원 관리 강화로 수질이 개선됐다”고 발표했지만, 영월·정선 주민들은 여전히 수질 악화와 생태계 훼손을 우려해 방류에 반대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강릉의 극심한 가뭄 상황을 고려해 한시적 물 사용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릉시 관계자는 “도암댐 비상 방류로 하루 1만t의 원수를 확보하면 오봉저수지 저수율 하락세를 늦추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가뭄 극복을 위해 지원한 정부 부처와 강원도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 평창 호텔 “강릉시민 5만 원에 숙박”

“가뭄이 자주 있었지만 이렇게 크게 터질 줄은 몰랐어요.” 강릉시 교동의 아파트에 사는 김모 씨(44)는 6일부터 시작된 제한급수로 단수가 이어지면서 물 부족을 직접 체감하고 있다. 김 씨는 “욕조에 물을 받아 세수와 변기에 쓰지만 금세 바닥난다”며 “빨래는 모아뒀다 인근 빨래방에 가고, 설거지 물을 아끼려고 일회용품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강릉 시민 대부분이 이와 비슷한 불편을 겪고 있다. 특히 제한급수가 시행 중인 아파트 주민들의 어려움이 크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어린이집 식판에 위생비닐을 씌워 배식한다”, “20분 틀어주고 단수라니 너무하다”, “나눠준 생수로 머리 감았다”, “왜 물탱크 보유 아파트만 옥죄나” 등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10일 강릉시 초당동의 한 아파트에서 소방차가 저수조에 물을 채우는 작업을 하고 있다. 강원도소방본부 제공
이런 상황 속에 인근 관광업계도 지원에 나섰다. 양양의 한 리조트는 온천 사우나 정상요금 4만4000원을 강릉 시민에게 8000원에 제공했고, 평창의 한 호텔은 10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강릉시민 전용 숙박 특별가로 1박 5만 원을 내걸었다. 조식은 3만~4만 원에서 1만5000원, 사우나는 2만 원에서 5000원으로 할인한다.

● 물 확보 총력전

강릉시는 물 확보를 위해 이날도 총력을 기울였다. 해양수산부가 투입한 대형 방제선 ‘엔담호’가 9~10일 강릉 안인항에서 1000t(소방차 80대 분량)의 물을 급수했다. 소방차 101대, 군용차 400대, 군헬기 5대 등 총 573대 장비가 동원돼 오봉저수지와 홍제정수장으로 1만5000t가량을 실어날랐다. 남대천 용수개발과 보조 수원까지 포함하면 하루 3만1000t의 수원을 확보한 셈이다.

그럼에도 이날 기준 오봉저수지 저수율은 12%로 전날보다 0.3%포인트 하락했다. 하루 동안 저수량이 4만3000t 줄어드는 등 가뭄 상황은 여전히 심각하다.

평창 한 호텔의 강릉시민 특가 안내문.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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