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대구 동구 율암동 안심뉴타운 유통상업용지. 빈터에 잡초만 무성하다. 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으니 동네 분위기가 다 망가집니다. 밤에는 무서워서 지나갈 엄두도 안 나요.”
9일 오후 1시경 대구 동구 율암동에서 만난 주민 김선자 씨(63)는 공터로 남아 있는 안심뉴타운 유통상업용지를 바라보며 속상함을 토로했다. 김 씨는 “3년 전 이케아 입점 등 각종 개발 호재를 기대하며 근처 신축 아파트로 이사 왔다. 그런데 이듬해 이케아 건립이 무산된 뒤 2년째 저 큰 부지가 방치돼 있다”며 “빈 공터가 미관상 좋지 않을 뿐 아니라 동네 집값까지 떨어뜨리는 것 같아 지나갈 때마다 억장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4만1134m² 규모의 안심뉴타운 유통상업용지는 무릎 높이까지 자란 잡초로 뒤덮여 있었다. 풀밭 사이로는 불법 투기된 쓰레기에서 악취가 풍겼고, 주변 도로는 무단 주차와 장기 방치 차량으로 혼잡했다.
글로벌 창고형 대형 가구 매장인 이케아(IKEA)의 입점 무산으로 안심뉴타운 유통상업용지가 장기간 공터로 남아 주민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
안심뉴타운은 원래 1970년대 서민 연료인 연탄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조성된 안심연료단지였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실시된 주민 건강영향조사에서 폐질환 환자가 다수 확인되면서 환경 개선 필요성이 제기됐고, 대대적인 재개발 끝에 2023년 안심뉴타운으로 새롭게 조성됐다.
기대 속에 출발한 안심뉴타운은 준공 이후 2년째 방치되고 있다. 특히 이케아가 투자하기로 했다가 2023년 말 갑자기 입점을 포기하면서 유통상업용지 전체에 악영향을 끼쳤다. 전체 198필지 가운데 170필지가 분양됐지만 현재 절반이 넘는 건물이 사실상 공실 상태로 남아 있다. 분양만 받고 건물을 짓지 않은 곳이 많아 잡초밭으로 방치된 것이다.
주변의 한 공인중개업소 소장은 “이케아의 입점 포기가 가장 큰 원인이다. 각종 호재를 기대하며 분양받은 지주들이 사업성을 우려해 착공조차 못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케아 입점 무산 이후 다양한 대안이 제시되기도 했다. 지난해 3월 김동규 동구의원은 노후화한 북구 대구실내체육관을 대신할 종합실내체육관 건립을 제안했다. 같은 해 7월에는 이재숙 대구시의원이 서울아레나와 같은 대형 공연장 등 문화시설을 건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제안은 대구도시개발공사에 전달됐지만 검토 단계에 머물렀다.
부지를 소유한 대구도시개발공사는 현재 진행 중인 투자 유치 방안 수립 용역 결과를 토대로 새로운 개발 계획을 마련할 방침이다. 대구도시개발공사 관계자는 “현재 해당 부지는 유통상업용지이므로 대규모 유통업체 유치를 희망하고 있다”며 “연말 발표될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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