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은 “미안해” “고마워”만 제때 말해도 안 싸운다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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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초등생이 알아야 할 대화법
새로운 환경에서 갈등 발생 잦아
상황별 상대의 반응 예상해보고, 역할극 통해 대처 방법 숙지해야
“사과는 꼭 해야 하는 것” 알려주고 감정 표현-도움 요청 등 연습하길

게티이미지코리아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부모 못지않게 아이들도 걱정이 많다. 친구를 사귈 수 있을지, 선생님께는 어떻게 얘기해야 할지 고민이다. 어린이집, 유치원과 다른 환경이라 초등학교 입학부터 선생님, 친구들과 대화하는 법을 일러주고 가정에서 시간을 두고 연습할 필요가 있다.

특히 바른 대화 습관을 길러 놓으면 학교 폭력이나 교권 침해에 휘말리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경기 지역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24년 차 교사 ‘초등샘Z’(필명)를 인터뷰해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집에서 연습할 수 있는 친구, 선생님과의 대화법을 물어봤다. 11년째 1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초등샘Z는 책 ‘다투지 않고 좋은 친구 만드는 다정한 대화법’을 썼고, 초등학교 1학년에게 맞는 대화법에 대해 강의도 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대화법’까지 알려줘야 하는 시대다. 최근 학생들이 친구와 대화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들이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현저히 줄었다. 방과 후에도 학원 등 각자 일정이 있다 보니 친구끼리 어울려 놀 시간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는다. 가정에서도 양육자가 맞벌이하는 경우가 많아 대화 시간이 충분하지 않고, 게임이나 영상 시청과 같은 일방적인 발화를 받아들이는 경험의 비중이 높다. 대화는 서로 말하며 상대의 반응을 짐작하고 내가 할 말을 골라 주고받는 것인데, 아이들이 대화의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줄었다.”

―가정에서 자녀가 친구와 선생님과 말하는 연습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대화의 기본은 상대 뜻을 파악하고 상대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역지사지의 마음이다. 가정에서는 양육자가 아이 성향을 깊이 이해하고 아이에게 맞는 대화 방식을 선택하겠지만, 학교에서는 모든 상대가 아이에게 맞춰주기 어렵다. 그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는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한 다양한 갈등에 당황한다. 따라서 여러 상황에서 친구 반응을 예상해 보고, 이럴 때 어떻게 말하는 게 좋을지 서로 역할극을 해보는 게 효과적이다. 속상하더라도 친구 입장에서는 그렇게 말할 수 있다고 이해시키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게 좋다.”


―사소한 실수라도 사과를 제대로 하는 게 중요한데….

“자기 잘못을 용기 있게 인정하고 빠르게 사과할 수 있어야 한다. 일부러 그런 게 아니더라도 사과는 꼭 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자녀에게 사과로 속상한 친구의 마음을 잘 풀어줘야 한다고 알려주는 게 중요하다. 잘못을 인정하면 더 큰 질책을 받는다고 생각하고 오히려 상대에게 잘못을 전가하는 아이들이 많다. 내 잘못이 아니라고 우기거나 친구의 옛날 실수를 꺼내면서 ‘너도 그랬잖아’ 하는 것은 잘못된 대처다. 내가 최선을 다해 사과했는데도 친구가 계속 화를 내면 선생님에게 ‘친구가 마음이 안 풀리는 것 같은데 도와주세요’라고 도움을 요청하게 하자.”

―친구가 잘못했다고 사과할 경우 받아주는 것은 어떻게 연습시킬까.

“누구나 타인의 잘못으로 피해를 보면 기분이 상한다. 하지만 내 마음을 잘 다스리고 상대가 사과하면 용서할 수 있는 관대함도 연습해야 한다. 그냥 ‘괜찮아’라고 대답하기보다 친구의 잘못으로 어떤 일이 일어났고, 그 일 때문에 내 기분이 어땠는지, 앞으로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는지도 말하는 게 좋다. 내 아이를 힘들게 한 다른 친구가 처벌받아야 억울함이 풀린다고 생각하는 부모로 인해 갈등이 커지는 경우가 있다. 살다 보면 내 잘못으로 미안하다고 말해야 할 때도 있고, 친구의 사과를 용서해야 할 때도 있다는 것을 자녀에게 알려주자.”

―친구는 도와주려고 하는데 나는 혼자 할 수 있다며 교실에서 싸우는 경우가 많다던데….

“어려움에 부닥친 친구를 도와줘야 한다고 배우지만 도움받는 입장에서는 스스로 해내려는 마음이 있을 수 있다. 부드럽게 거절하는 말하기에 익숙지 않으면 갈등으로 번질 수 있다. 이럴 때는 ‘도와주겠다고 해줘서 고마워. 그런데 지금은 나 혼자 스스로 한번 해보고 싶어. 하다가 네 도움이 필요할 때 도와달라고 해도 될까’라고 말하는 연습을 하게 하자.”

―친구를 칭찬할 때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어른은 아이의 의욕을 북돋아 주고 의욕을 고취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칭찬하는 경우가 많지만, 친구의 칭찬은 정직하고 진심 어린 감탄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에 아이들이 더 기뻐한다. 친구가 뭔가를 능숙하게 해냈을 때 ‘와, 대단해!’ ‘너 진짜 멋지다’라는 짧은 말로도 행복해하겠지만 ‘나도 좀 가르쳐 줄래?’ ‘너 진짜 잘한다. 나 좀 도와줄 수 있어?’라고 이야기한다면 친구가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고 알려주자.”

―친구가 나쁜 말이나 행동을 할 때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까.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며 똑같이 응수하는 것은 더 큰 갈등을 불러일으키지만 무조건 참고 용서하는 것도 좋지 않다. 자신을 소중히 여기기 위해 나에게 가해진 불합리한 폭력이나 폭언에 대해 내가 어떤 기분을 느끼는지 명확히 이야기하고 사과를 요구하는 방법을 연습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감정적으로 소리치거나 같이 싸우지 않고 차분하고 객관적으로 말할 수 있는 연습이 거듭 필요하다. 같은 또래지만 사회성 발달 정도가 다르므로 사과를 요구해도 친구가 응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나올 수 있다. 이때는 선생님이나 주변 어른에게 중재를 요청하도록 가르친다.”

―선생님에게 잘못을 지적받았을 때 이를 수용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고 한다.

“잘못을 지적받고 인정하고 고치는 경험이 부족한 아이들이 많아서다. 아이들을 존중하는 양육법이 보편화되며 잘못을 단호하게 지적하는 행위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는 부모가 늘고 있다. 그래서 타인이 자기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선생님이 꾸지람하는 것은 미워해서가 아니고 그 잘못을 또 하지 않도록 가르쳐주기 위해서라고 알려주자. ‘제가 잘못했어요’라고 솔직하게 말하면 선생님 마음이 금방 풀린다는 것을 자녀에게 말해주면 좋겠다.”

―스스로 하기 어려운 일이 있거나 주어진 시간에 과제를 다 못 마칠 것 같은 상황에서는 어떻게 말하게 할까.

“스스로 제대로 못 하거나 실수할 때 주변에 도움을 청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공부다. ‘선생님, 어려워서 다 못하겠어요. 집에 가서 마저 해와도 될까요?’ ‘시간 내에 다 못할 것 같은데 선생님께서 도와주실 수 있나요?’ ‘친구야, 나 시간이 모자라는데 네가 다 했으면 나 좀 도와줄래?’처럼 말할 수 있게 연습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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