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서 제외된 미적분Ⅱ-기하, 대학선 이수 권장 ‘엇박자’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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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고1 치르는 2028학년도 수능
정부 정책-주요대학 요구간 괴리
학생 부담 커지고 사교육 조장 우려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9월 모의평가가 실시된 3일 부산 금정구 부산대사범대학부설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수험생들이 교부받은 문답지에 이름 등을 작성하고 있다. 2025.09.03 뉴시스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9월 모의평가가 실시된 3일 부산 금정구 부산대사범대학부설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수험생들이 교부받은 문답지에 이름 등을 작성하고 있다. 2025.09.03 뉴시스
현 고1이 치르는 202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수학 영역 범위에 심화 수학에 해당하는 ‘미적분Ⅱ’와 ‘기하’가 제외되는 가운데, 서울 주요 대학이 2028학년도 입시에서 자연계열 지원 시 해당 과목을 이수하라고 잇따라 요구하고 있다.

현 고1부터 고교학점제가 도입돼 학생들이 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는 상황에서, 정부 정책과 실제 입시 간의 엇박자로 수험생 학업 부담이 커지고 사교육을 조장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2028학년도 수능에서는 선택과목이 폐지되고 인문·자연계열 상관없이 모든 수험생이 같은 과목을 응시한다. 수험생들은 대수, 미적분, 확률과 통계만 공통으로 응시해 현행 미적분과 기하는 수능 범위에서 제외된다. 대입제도 개편안 발표 당시 주요 대학들은 자연계열 입학생의 기초 수학 역량 부실을 우려하며 반대했지만, 교육부와 국가교육위원회는 학업 부담 및 사교육 완화 등을 이유로 해당 과목을 수능에서 제외시켰다.

그러나 서울 주요 대학 상당수는 2028학년도 입시에서 자연계열 지원자를 대상으로 미적분Ⅱ와 기하 등 수능에서 제외되는 과목을 이수 권장 과목으로 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대는 최근 2028학년도 전공 연계 과목 선택을 안내하며 자연과학대학 의과대학 공과대학 등에 지원하려면 미적분Ⅱ와 기하 두 과목 모두 이수할 것을 권장했다. 중앙대도 최근 대입 권장과목을 발표하며 기계공학부, 물리학과, 의학부 등은 미적분Ⅱ와 기하를 이수하도록 했다. 경희대도 필수 이수 권장 ‘핵심 과목’에 미적분Ⅱ과 기하를 포함했다.

이 같은 대학 권장 과목 지정은 학생의 적성과 흥미에 따라 원하는 과목을 듣게 하자는 고교학점제의 취지와 충돌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생들이 고1 때부터 지망 대학과 학과를 정해 권장 과목을 이수해야 대입에 유리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요구하는 과목이 학교 여건에 따라 개설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상민 경기 이현고 교사는 “진로가 불분명한 학생의 경우 선택 과목 개수는 한정돼 있는데 학과마다 권장 과목이 달라서 과목 선택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학교마다 과목 개설 현황도 다르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벌써부터 학원가에서는 고교학점제 선택 과목과 학교생활기록부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 대한 컨설팅이 성행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는 컨설팅 1회에 50만 원, 연간 600만 원가량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학생이 고교에서 대학이 제시한 권장 과목을 이수했을 경우 감점 아닌 가점을 하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보이지만 학생이 학업 부담을 덜긴 어렵다”며 “수시와 수능 간 괴리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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