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영 순직 해병 특검 특검보가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이명현 순직 해병 특별검사 사무실에서 정례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09.04 뉴시스
채 상병 순직 후 군사경찰을 절반으로 줄이는 보고서를 만든 국방부가 군사경찰에서 감축한 인원 일부를 국군방첩사령부에 편성해 군사경찰을 ‘길들이기’ 하려 했다는 의혹에 대해 특검이 수사에 나섰다. 국방부와 대통령실이 군사경찰 감축과 관련해 단순 구상을 넘어 구체적인 작업을 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채 상병 특검(특별검사 이명현)은 “군사경찰을 줄인 인원 중 50여 명을 방첩사 인원으로 늘릴 예정”이라는 취지로 2023년 8월 작성된 방첩사 내부 보고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내용은 군사경찰을 절반으로 줄인다는 보고서를 작성한 국방부 관계자가 방첩사에 전달한 내용을 방첩사 내부서 정리한 내용이라고 한다.
해당 내용은 국방부 내에서도 보고서로 작성돼 구체적인 실무 작업이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가 당시 정권에 비협조적인 군사경찰을 줄이고 정권 친화적인 방첩사를 늘리는 방식으로 구체적인 방안을 세워 해병대 수사단, 국방부 조사본부 등이 속한 군사경찰을 압박하려 한 정황일 수 있다는 것.
군사경찰을 799명에서 399명 절반으로 줄인다는 최초의 보고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 지시로 2023년 8월 3일 작성하기 시작해 8월 10일 완료됐다고 한다. 2023년 8월 2일 박정훈 대령이 이끄는 해병대 수사단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격노에도 불구하고 채 상병 순직 사건 관련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경북경찰청으로 피의자로 이첩한 바로 다음 날 보고서 작성이 시작된 것. 이후 국방부는 후속 작업으로 줄인 군사경찰 중 일부를 방첩사로 넘긴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첩사는 이런 사실을 인지해 내부 보고서를 작성했고 특검이 해당 보고서를 확보한 것이다.
특검 조사 결과 당시 국방부는 2023년 8월 중순 이후 해당 계획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해 8월 21일 채 상병 순직 사건 재검토를 맡은 국방부 조사본부가 임 전 사단장을 경찰에 이첩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발표한 다음이다. 이에 특검은 국방부가 당시 군사경찰을 줄이는 보고서를 군사경찰 압박용으로 썼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측은 최근 군사경찰 감축 계획이 보도로 알려지자 “당시 군 수사기관의 개편 소요가 있어 각 군 수사기관의 수준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검토됐던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