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정부 자살대책본부’ 설치…악성채무·학폭 적극 대응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9월 12일 15시 13분


코멘트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자살은 사회적 재난”이라며 강력한 자살 감소 대책 마련을 지시한 가운데, 정부가 2034년까지 자살률을 현재의 60%까지 낮추겠다는 목표의 ‘2025 국가 자살 예방 전략’을 발표했다. 자살 관련 대응 체계와 범정부적 차원의 협력을 강화하는 게 골자다. 다만 전문가들은 기존 정책 실패의 원인 분석과 함께 보다 세부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34년 자살률 17명 이하 목표”

12일 정부는 김민석 국무총리 주재로 제9차 자살예방정책위원회(위원회)를 개최해 ‘2025 국가 자살 예방 전략’을 심의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위원회 산하에 범부처 차원의 정책을 기획, 추진할 ‘범정부 자살대책추진본부’를 설치하기로 했다. 이형훈 복지부 2차관은 “자살 위기 요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전 부처와 지자체가 자살 예방 대책을 총력 추진한다“며 ”지난해 28.3명 수준인 자살률을 2029년 19.4명, 2034년 17명 이하로 감소시키는 목표를 설정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내년 자살 예방 관련 예산을 708억 원으로 전년 대비 20.6%(121억 원) 확대 편성했다. 근본적인 자살 위기 요인에 대응하기 위해 채무, 불법추심, 학교 폭력, 직장 내 갑질 등 정신적 위기를 초래하는 범부처 정책 수단을 가동할 계획이다.
실업률 및 상대적 빈곤률과 자살률 연동.(보건복지부 제공)

이번 예방 전략에는 장기 연체 채권 일괄 매입 및 소각·채무조정, 서민 긴급 생활 안정 지원, 학교 폭력 예방을 위한 관계 회복 숙려기간, 직장 내 갑질 등 근로감독, 범죄 피해자 지원·보호, 경찰관·소방관·군 장병 등 정서·심리지원 확대 등도 담겼다.

고위험군 집중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자살 시도 발생 시 지자체 자살예방센터가 즉시 현장 출동해 개입할 수 있게 한다. 응급 치료 및 사례관리를 제공하는 생명 사랑 위기 대응센터도 92개소에서 98개소로 확대하기로 했다. 기존 중위소득 120% 이하에만 제공됐던 자살 시도자 치료비, 유족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비 지원은 소득 조건을 폐지할 계획이다. 자살예방센터 인력 확충, 지자체별 자살 예방관 지정, 지자체 자살 예방 전담 조직 보강 등의 방안을 내놓았다.

기존 자살 예방 대책 실패 요인 분석 필요”

지난해 자살사망자는 총 1만4439명으로 하루 평균 39.6명이 사망했다.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28.3명으로 OECD 국가 중 1위를 차지했다. 이는 OECD 회원국 평균 10.6명 대비 2.3배 높은 수치다. 또 2023년 10대 자살률이 역대 최고치인 7.9명을 기록할 만큼 청소년의 정신건강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다.

연령대별 자살률 추이 및 2023년 자살률·자살자.(보건복지부 제공)
연령대별 자살률 추이 및 2023년 자살률·자살자.(보건복지부 제공)
전문가들은 자살률을 낮추겠다는 정부의 목표 설정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이번 전략이 기존 대책을 종합한 수준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다부처가 의지를 갖고 자살 예방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라면서도 “기존 자살 고위험군 발굴, 대상 서비스가 왜 작동하지 않는지 실패 원인 분석이 부족하다”라고 말했다.

향후 정책 추진 과정에서 지자체와 지역사회의 역할이 보다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박종익 강원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지역사회와 지자체에서 전달체계와 관련해 오랜 기간에 걸쳐서 관심을 가져야 하는 문제인데 성급히 접근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말했다.

자살 예방 전략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도입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이해국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자살률이 OECD 2위인 리투아니아에서는 자살률 감소를 위해 음주 감소 정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해 효과를 거뒀다”며 “해외처럼 ‘자살 백서’를 만들어 기존 대책의 효과를 점검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