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리포트] 평일 자정까지 운영하는 아동 돌봄센터 찾아보니
아동 돌봄 사각지대 해소 위한 전문가 조언
원하는 시간-형태 집중해서 일하고… 다른 시간은 가족과 보내도록 해야
중소기업엔 세제혜택 등으로 유도… 자영업자 위한 육아 지원보험 필요
정부가 부산 아동 화재 사망 사건을 계기로 돌봄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방안을 내놨지만, 실질적인 일·가정 양립을 위해서는 돌봄 서비스 확대뿐만 아니라 유연근무제 확산 등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 10명 중 8명이 직장에서 일하는 임금 근로자이기 때문에, 직장 문화가 바뀌어야 실제적인 일·가정 양립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올 5월 발표한 25∼49세 남녀 265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가정 양립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는 ‘육아지원 제도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직장 문화’(55.6%)가 꼽혔다. 뒤이어 ‘기관 돌봄서비스 이용 기회 및 시간 보장’(39.8%), ‘육아시간 확보를 위한 제도 확대’(36.3%) 순이었다. ‘가정 내 돌봄인력 지원 확대’(23.5%)는 ‘배우자도 육아에 동참할 수 있는 제도 개선’(24.2%)보다 낮았다.
전문가들은 야간 돌봄기관 및 아이돌보미 지원 확대 등 ‘사회적 돌봄’을 강조하게 되면 노동 시간 조정을 통한 실질적인 일·가정 양립이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경북행복재단 대표)는 “돌봄 시설 연장 운영은 늦게까지 일하는 부모의 숨통을 트이게 해주지만 일·가정 양립이라는 근본적 문제는 해결해 주지 못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서는 단축근무, 재택근무 등 유연근무제를 확대해 ‘일하는 방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형태로 일을 집중적으로 하고, 나머지 시간을 가족과 활용할 수 있도록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인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장(전 통계청장)은 “한국은 저출산·고령화로 일할 사람이 점점 줄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육아휴직 그 자체보다는 기업이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일·가정 양립에서 소외된 중소기업 맞춤형 지원체계도 마련돼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 육아휴직 등 일·가정 양립 제도의 사용 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2023년 기준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에 따르면 300인 이상 대기업에서 육아휴직을 실제로 사용한 비율은 55.1%였으나 5∼9인 기업은 7.8%, 10∼29인은 10.3%에 불과했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상임위원)는 “유연근무제를 도입하거나, 육아휴직으로 인한 대체 근로자를 사용하는 등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는 중소기업에는 정부가 세제 혜택 등 비용 지원을 해 주고, 모범 사례 등을 통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플랫폼 노동자, 자영업자 등을 위해 ‘부모보험’을 도입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이들은 육아휴직 제도 등 육아지원제도를 이용하기가 어렵다. 소득 기반으로 보험료를 내고, 아이를 돌보는 시간에 줄어든 소득을 보험을 통해 보전받는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영미 동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전 저고위 부위원장)는 “부모보험이 도입되면 플랫폼 노동자나 자영업자도 소득 감소 없이 육아하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아이를 돌보는 부모에게는 사회적으로 특별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방성은 기자 bb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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