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떠나도 마음은 남는다. 평생 모은 재산을 사회를 위해 환원하는 ‘유산기부’는 고인의 삶이 기억되고 살아생전 고인이 중시하던 가치를 타인을 위한 나눔으로 실현하는 뜻깊은 행위로 많은 기부자의 관심을 받고 있다.
유산기부의 형태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금전 위주의 기부가 주로 이뤄졌다면 최근에는 비상장주식, 부동산 등 기부 자산의 형태가 이전보다 다양해졌다.
유산을 기부하는 방식은 유언 공증, 금융기관을 통한 유언대용신탁 등이 있다. 특히 그중에서도 최근 주목받는 방식은 고인의 이름으로 기부해 고인의 뜻을 사회에 남기는 ‘추모기부’다.
추모기부는 고인을 기억하며 가족이나 지인이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기부 방식이다. 단순한 기부를 넘어 고인의 뜻과 가치를 다음 세대로 잇는 특별한 나눔으로 주목받으며 최근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실제로 아동복지전문기관 초록우산에 따르면 추모기부 후원자는 매년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2020년 2명, 6000만 원에서 2023년에는 8명, 약 3억2000만 원으로 증가했고 2024년에는 21명, 약 19억 원으로 급증했다. 2025년에도 8월까지 19명이 추모기부에 참여하는 등 이미 우리 사회의 주요한 나눔 실천 방식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추모기부에는 그 특성상 후원자 수, 후원 금액보다 중요한 따뜻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한 후원자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생신을 기려 아버지의 이름으로 기부를 해 몸이 불편한 아버지를 돌보는 어린 가장을 도왔다. 또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이름으로 기부해 어려움 속에서도 꿈을 키우며 노력하는 인재 아동을 지원한 아들도 있다. 이처럼 기부를 매개로 떠난 이들을 기억하고 선한 영향력을 세상에 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고 이치훈 후원자방송 활동을 하며 선한 영향력을 나누다 갑자기 세상을 떠난 고 이치훈 후원자의 어머니는 “주변 이웃을 위해 쓰면 아들이 더욱 기뻐할 것”이라며 아들의 유산을 아들 이름으로 기부했다. 기부금은 꿈과 재능을 가진 아동들의 성장과 자립을 돕는 데 사용됐으며 도움을 받은 한 아동은 현재 프로축구 선수로 성장해 더 큰 무대에서 자신의 꿈을 펼치고 있다.
고 강원여 후원자평생 자녀들을 위해 깊은 사랑을 보여준 고 강원여 후원자의 경우 딸과 사위가 어머니의 따뜻한 마음과 사랑을 기리고 기억하기 위해 추모기부를 실천했다. 후원금은 고인이 사랑했던 지역사회 아이들을 지원하는 데 사용됐다.
초록우산은 2024년 ‘아름다운 여운’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통해 유산과 추모기부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개선에 앞장서고 있다. 구체적으로 고인의 뜻을 기리는 기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동시에 유가족들이 언제든 추모할 수 있는 온라인 공간인 ‘초록우산 추모관’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초록우산 추모관은 추모기부를 통한 기부금 지원 내용과 함께 추모기부 후원자를 위한 서비스 및 유가족과 지속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채널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는 단순한 기부를 넘어 고인과 가족, 사회를 잇는 의미 있는 연결고리로 기부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초록우산 황영기 회장은 “추모기부는 단순한 기부가 아닌 사랑하는 이를 기억하고 사회적으로 선한 영향력을 남기는 숭고한 나눔”이라며 “아동과 세상의 변화를 위한 나눔의 온기로 가득한 우리 사회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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