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리번 선생님’ 역할 자처… 시청각장애인 자립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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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 다시 희망으로] 밀알복지재단

헬렌켈러센터에서는 시청각장애인 전문 활동지원사 양성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밀알복지재단 제공
헬렌켈러센터에서는 시청각장애인 전문 활동지원사 양성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밀알복지재단 제공
“밖에 나가는 게 두렵지 않아요. 점자 단말기로 친구와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됐거든요.”

시청각장애인 김지현 씨는 헬렌켈러센터의 지원을 통해 처음으로 점자정보단말기를 사용하게 됐다. 이전에는 전화나 문자 한 줄조차 읽을 수 없어 집 안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고 온라인으로 책을 읽으며 세상과 연결된 삶을 살고 있다. 김 씨는 “세상과 단절됐다는 느낌이 사라졌다”며 활짝 웃었다.

‘시각+청각’이 아닌 ‘시각X청각’의 어려움

시청각장애는 시각과 청각 두 가지 감각기관에 모두 손상이 있는 장애다.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시청각장애인의 삶은 단순히 두 감각의 부재가 합쳐진 것을 넘어 곱해진 고립에 가깝다. 시각과 청각이 모두 차단되면 다른 사람과 소통하기 위해 촉각에 의존해야 하며 이동이나 정보 접근에도 제약이 크다.

우리나라에는 1만 명 이상의 시청각장애인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법적으로 별도 장애 유형으로 분류되지 않아 정부 지원을 온전히 받지 못한다. 교육, 직업훈련, 의료와 같은 기본적인 서비스조차 제때 제공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시청각장애인 중 상당수는 의무교육조차 제대로 이수하지 못한 채 사회적 고립 속에 살아간다.

국내 유일 전담 기관, 헬렌켈러센터

이 같은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밀알복지재단은 2019년 ‘헬렌켈러센터’를 설립했다. 센터는 시청각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고 자립을 돕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펼쳐왔다.

특히 2024년 보건복지부로부터 국내 최초의 ‘시청각장애인 지원 전담기관’으로 지정되면서 국가 차원의 지원 허브로 도약했다. 이를 통해 시청각장애인 맞춤형 정책을 제안하고 전문 인력을 양성하며 전국 네트워크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헬렌켈러센터는 올해에도 △전문활동지원사(SSP) 양성과 파견 △점자와 촉수화 교육 △아동 맞춤형 촉감놀이 프로그램 △시청각장애인 자조모임 △문화체험과 캠프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생애주기별 학습 지원, 아동부터 성인까지

서울시(복권기금) 지원으로 운영되는 밀알복지재단의 ‘헬렌켈러 시청각장애인 학습지원센터’는 아동·청소년부터 성인까지 생애주기별 맞춤형 학습을 지원한다. 아동에게는 촉감·언어·인지 발달 교육을 제공해 발달 지연을 최소화하고 성인에게는 점자·수어·직업재활 훈련을 지원해 사회적 자립을 준비하도록 돕는다. 부모 상담과 가족 교육을 통해 돌봄 부담을 나누는 것도 중요한 축이다.

학습지원센터는 특히 정보 격차 해소에 힘쓰고 있다. 600만 원이 넘는 고가의 점자정보단말기 ‘한소네6’를 대여하고 교육해 시청각장애인이 카카오톡, 이메일, 인터넷 검색 등 일상적 소통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제1회 시청각장애인 체육대회, 소통의 장 열다

학습지원센터는 교육 지원과 더불어 시청각장애인들의 사회 참여 기회를 넓히기 위한 새로운 시도에 나섰다. 오는 25일 ‘제1회 시청각장애인체육대회’를 개최하는 것이다.

서울시 강남스포츠문화센터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는 시청각장애인 25명과 자원봉사자 25명 등을 포함해 총 70명이 참여한다. 종목은 농구공 뒤로 넘기기, 큰 공 굴리기, 2인 3각 달리기 등 단순하지만 협동과 참여가 중요한 경기들로 구성됐다.

정형석 밀알복지재단 상임대표는 “이번 체육대회처럼 평소 접하기 어려운 사회 참여의 기회를 넓혀감으로써 시청각장애인들이 소통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제도적·사회적 장벽을 허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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