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위 있는 죽음 위한 ‘엔딩플래너’ 필요, 정부가 적극 도와야” [품위 있는 죽음]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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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1000만 한국, 품위있는 죽음을 묻다]
“결혼-출산처럼 임종도 준비해야”
日, 사전돌봄계획 ‘인생회의’ 장려
생의 마지막 함께할 사람-장소 정해

“죽음은 삶을 빛내주는 마지막 장식 같아요.”

6일 오전 서울 마포구의 한 교회에서 열린 웰다잉 수업. 스크린에 띄운 영상에서 한 초등학생이 죽음을 이렇게 정의하자 몇몇 수강생이 눈물을 훔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죽음을 삶의 한 단계로 받아들이고, 아름다운 마지막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건 이날 교육의 핵심 메시지이기도 했다.

강사로 나선 대한웰다잉협회 이계상 대외협력팀장은 “입시, 취업, 결혼, 출산을 준비하듯 품위 있는 죽음을 위해선 임종에도 계획이 필요하다”며 “그래야 남은 삶의 가치도 올라간다”고 말했다.

임종 계획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데서 시작한다. 웰다잉 교육에선 생의 행복과 불행을 그래프로 나타낸 ‘인생 곡선’ 그리기, 자기소개서 쓰기 등을 권한다. 경기도의 한 노인복지관에서 일하는 권소진 씨(35)는 “방문하는 어르신들에게 인생 노트와 사전 장례 계획을 써 보길 권한다. 처음에는 죽음을 떠올리는 것에 두려움과 거부감이 크지만, 삶을 한번 돌아본 뒤 홀가분해졌다는 분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날 교육에 참여한 수강생들은 “언제 어떻게 닥칠지 모르는 죽음을 미리 상상하면서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고 했다. 대학병원 중환자실 간호사로 오래 일한 전소연 씨(49)는 최근 중학생 자녀에게 연명치료를 받지 않고, 장기를 기증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전 씨는 “가족에게 부담되는 화려한 장례식보다는, 조촐한 ‘생전 이별식’으로 주위에 감사와 용서를 전한 뒤 떠나고 싶다”고 했다.

품위 있는 죽음을 위해선 집과 지역 사회에서 생을 마무리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 원미선 씨(54)는 “80세 어머니가 ‘집에 있다가 죽기 전 일주일만 병원에 있고 싶다’고 하더라. 가족들이 충분히 임종기 돌봄을 감당할 수 있도록 가정 호스피스를 충분히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300만 명이 작성한 사전연명의료의향서처럼 구체적인 사전돌봄계획(ACP) 수립이 확산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본은 2018년부터 ‘인생회의’라는 이름으로 사전돌봄계획 수립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연명의료와 완화의료 중 무엇을 선택할지부터 생의 마지막을 함께 보내고 싶은 사람과 장소까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다.

윤영호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장(가정의학과 교수)은 “임종 계획을 세우는 것은 누구나 막막하다. 정부가 존엄한 삶의 마지막이 가능하도록 적극 도와야 한다”며 “결혼의 웨딩플래너처럼 ‘엔딩플래너’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본 기획물은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웰다잉 교육#임종 계획#품위 있는 죽음#사전돌봄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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