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만 사고’ 의사 기소에 의료계 반발…“불가항력 사고”

  • 뉴시스(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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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산과 의사 30인 “우리는 범죄자 아냐”
“불가항력 사고로 형사 책임 묻는 것 부당”
‘벼랑 끝 내몰려…이대로면 산과 사라질 것“

뉴시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산부인과 교수가 분만 관련 과실 혐의로 기소되자 의료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전국 20개 대학병원 소속 젊은 산과 교수 30명은 15일 성명을 내고 “분만을 업으로 삼고 고위험 산모 및 태아를 돌보는 우리의 일상 업무 속에서 발생하는 불가항력적 의료사고가 형사 기소의 대상이 되는 현실에 깊은 충격과 절망을 느낀다”며 “우리는 범죄자가 아니다. 산모와 아기의 생명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대란 때도 우리는 분만실을 떠나지 않았고 임신중독증, 산후 출혈 등 여러 고위험 산모와 태아를 돌보며 산과 진료를 간신히 지탱해 왔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를 도우려는 최선의 진료가 ‘범죄’로 낙인 찍힐 수 있다는 공포의 한 가운데 서 있다. 지금이라도 이 분만의 현장을 떠나야 하냐”고 반문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대학병원에 근무 중인 산부인과 전문의 A씨는 자연분만으로 출생한 아기가 출생 직후 뇌성마비 진단을 받은 사건으로 담당 교수와 함께 소송이 제기됐다. A씨는 당시 전공의 신분이었다. 민사 재판에서는 6억5000여만원 배상 판결을 받았다. 형사 재판은 경찰 조사 단계에서 무혐의 결론이 났으나 검찰의 기소로 재판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출산 중 모성 사망은 출생아 1만 명 1 명 꼴로, 자궁내 태아 사망은 200명 중 1명의 빈도로 일어나고, 뇌성마비도 1000명 당 2명으로 알려져 있다”며 “뇌성마비는 긴 임신 기간 동안의 자궁 내 환경, 태반 기능, 조산 여부 등 장기간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며, 분만 과정 자체가 원인이 되는 경우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필수 의료 행위에 대한 과실 여부 판단은 반드시 이러한 불확실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불가항력적 사고까지 형사 책임을 묻는 것은 명백히 부당하다”고 말했다.

젊은 산과 교수들은 “산과는 산모와 태아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신속하고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분야인데, 형사
기소 두려움 속에서 소극적 선택만 하게 된다면 피해는 환자와 가족, 나아가 우리 사회 전체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이런 흐름은 양심 있고 소신껏 진료하는 의료진을 현장에서 떠나게 하고, 남아 있는 이들마저 위축시켜 산과 진료의 기반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분만 시 발생하는 사고의 불가항력적임을 인정하고 형사 기소 대상으로 삼지 말 것 ▲산모가 피해에 대해 국가 차원의 안전망과 충분한 보상 제도를 마련할 것 ▲의료진이 산과를 떠나지 않도록 근본적 대책 마련할 것 등을 요구했다.

젊은 산과 교수들은 “지금 이 순간도 산모와 아기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병원으로 달려가는 우리 젊은 산과 교수들은 이번 형사기소 사건으로 인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대한민국에서 산과는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 전체 40개 의과대학에 소속된 산과 조교수는 36명에 불과하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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