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워서 간식 사주려고”…아동 의사에 반하면 ‘유괴’ 사회적 인식 부족

  • 뉴시스(신문)

코멘트

평균 1.5일에 한 번꼴…실제 급증세는 아냐
“통제하기 쉬운 아이 대상으로 삼았을 것”
불안감에 신고 증가·모방범죄 가능성도

미성년자 유인 미수 혐의를 받는 20대 남성 B씨가 5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5.09.05.[서울=뉴시스]
미성년자 유인 미수 혐의를 받는 20대 남성 B씨가 5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5.09.05.[서울=뉴시스]
최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유괴 미수 사건이 잇따르며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평균 1.5일에 한 번 꼴로 관련 신고가 접수되는 배경에는 ‘아동 의사에 반하는 행동’이 범죄라는 인식 부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말 서울 서대문구 아동 납치 미수 사건에 이어 이번 달에만 서울, 경기, 인천, 대구, 제주 등에서 미성년자 대상 약취·유인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경기 광명시 한 아파트에서 8세 여성 초등학생을 납치하려 한 고등학생은 “성범죄를 저지르려 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미성년자 약취·유인 범죄는 2021년 193건, 2022년 222건, 2023년 260건, 2024년 236건, 올해 8월까지 173건(연 환산 시 259.5건) 발생했다. 우려와 달리 실제 미성년자 약취·유인 사건이 급증한 것은 아닌 셈이다.

경찰 관계자는 “미성년자 약취·유인 신고 중 실제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신고 대부분이 할아버지가 아이한테 음료수를 사주려 했다거나 어른이 데려가려 했다는 식이다. 학부모들도 불안해서 더 신고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지난달 말 서울 서대문구에서 초등학생을 유괴하려다 체포된 20대 남성 3명은 “장난삼아 했다”며 범죄 고의성을 부인한 바 있다. 경찰이 이들 중 2명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혐의 사실, 고의 등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경찰은 구속영장 재신청을 검토하고 있지만 명확한 증거가 확보되지 않는 한 법원 판단을 뒤집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일련의 유괴 시도 사건에 ▲쉬운 범행 상대 ▲아이에 대한 접촉을 가볍게 생각하는 사회적 인식 ▲불안감에 따른 학부모의 신고 증가 ▲모방범죄 가능성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과 교수는 “성범죄는 왜곡된 인식과 가치관이 문제인데, 고등학생 피의자의 경우 성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성인 여성을 대상으로 시도를 하기에는 불안하다. 그래서 자신이 통제하기 쉬운 아이들을 대상으로 범죄를 시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부 교수는 “언론에서 관련 사건 보도가 이어지면 국민들은 범죄 발생률이 실제보다 훨씬 높아진 것으로 생각한다”며 “범죄에 대한 상세한 보도가 모방범죄를 이끌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인보다는 아동에게 접근하는 것이 훨씬 쉽다. (아이를 쉽게 생각하는) 문화나 태도가 아이에게 성적 수치심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더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아동의 의사에 반해 신체 접촉을 하면 성추행이듯, 아이가 원하지 않는데 “귀엽다”는 이유로 음식을 사주거나 데려가려는 행위도 유괴라는 지적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도 “유괴 미수 기사로 사건에 대한 민감도가 올라가니 신고가 늘어나고, 그게 다시 잠재적 범죄자들에게 촉매제가 됐을 수 있다”며 “아이를 귀여워하는 차원에서 접촉한다는 인식이 전통사회에 남아있는데, 지금은 그런 것이 용납이 안 되지 않나. 인식을 제고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경찰청은 다음 달 2일까지 전국 6183개 초등학교 등⋅하교 시간에 맞춰 통학로 주변에 경찰을 집중 배치해 순찰을 실시한다. 미성년자 범죄 관련 112 신고를 접수할 경우 이를 긴급신고인 코드1 이상으로 지정해 신속히 대응하겠다고도 밝혔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